문화도시를 향한 열정에 드리는 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문화도시 지정의 일정이 금년에는 촉박하게 시작되었다. 
조성계획을 6월까지 제출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준비가 안 된 도시는 오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릴 우려가 크다. 문화도시가 되는 첫 번째 지원 자격이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인데, 문화부의 행정은 지역사회의 시민 주체화를 보는 것 보다는 순탄한 일정 운영에 주안점을 두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진다. 

 먼저 문화도시가 된 선도모델들은 이런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에도 적지 않은 실망감이 든다. 도시와 도시간의 경쟁으로 문화도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취약한 점을 지적하고 도와주고,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땅 모든 도시가 해야 할 일인데 어찌 보면 행정은 그간 중앙 정부의 공모사업이 평가하고 진행하는 방식인 한없는 경쟁으로부터 선점적 우위를 점하는 도시만이 살길이라는 제도적 길들이기에 익숙해져 있고, 문화도시도 이러한 관습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문화도시를 지정하는 주체들인 심의위원들의 본 제도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배제된 것들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과정과 절차를 숙지하고 진행해 나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거들어주는 문화부의 지역문화정책과가 하나씩 끌어가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그리고 이 사업을 주관해서 진행하는 재단법인 지역문화진흥원도 책임이 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고 준비하고 제시하는 것이 새로 진입하려는 단체에게는 어떤 시간과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문화부가 진행하는 일련의 프로세스에 조율하지 못하고 진행만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미 주사위는 던져져 있다. 200억원이 지원되는 문화도시라는 공모사업의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한 도시의 미래를 문화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해 나가느냐의 자존감이 달려 있는 게 문화도시 지정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역의 행정은 이런 사업에 대한 경험이 낯설기만 할 것이다. 무소불위의 수장이나 거물이 이렇게 가야 문화도시가 된다는 주장은 이 프로젝트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한번도 호명되지 않은 무명씨가 동네 사랑방에 왔다가 던진 한마디가 단초가 되어 지혜를 모아가는 방식이 정답이다. 통영에서는 “벅수도 시를 쓰는 도시”가 통영이 되었다. 그만큼 문학적 자산에 대한 긍지가 높은 도시임을 명시한 언어다. 

 한반도의 대밭 담양은 어떤 도시로 문화도시에 진입할지 작년부터 시작된 일에 기대가 크다. 그런 기대만큼 몇 가지만 도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문화도시는 군민의 힘으로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 보다 군민들이 함께 하는 테이블이 많아야 한다. 여기서 저기서 담양의 문화를 이야기 하도록 해야 한다. 그 속에 답이 있다. 

두 번째는 군의 정책에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나 혹은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소외되었던 이들을 더 많이 불러야 한다. 특히 담양의 토박이 예술가나 장인, 담양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예술가와 장인 들을 한명 한명 다 만나야 한다. 

세 번째는 문화도시 추진단이 힘과 역량을 잘 갖춰야 한다. 추진단의 대표는 지역문화, 담양문화의 최선봉장이 되어야 하고, 스텝들은 가급적 담양의 토착 인물과 미래 세대들이 함께하는 것으로 꾸려야 한다. 아웃소싱도 필요할 때 하는 것이 지혜다. 부족한 점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으로 성장하면 된다. 

네 번째는 문화재단의 조직적 위상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팀장 제도로 가면 공간이나 일 하나 하나 발생할 때 마다 팀장을 또 모셔야 한다. 여지껏 담양이 주력했던 문화도시로서 도시재생이나 인문학 도시, 미술관의 브랜딩 등을 낱개로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부장 제도와 같은 것으로 리셋팅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담양의 문화도시 위상에 맞는 본부장과 경영본부장 같은 두 개의 본부장을 두고 그 아래에 실무 팀을 두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대표도 있어야 하며, 본부장 아래에는 실무 팀장들이 손발을 맞추도록 전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담양문화재단에 입사한 이들이 체력과 지혜를 휘발 당하지 않도록 정규직화 하는 것도 행정과 의회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문화도시추진단이 문화재단 내부에 있어도 더 분명하게 일머리를 잡고 갈 수 있다. 

다섯 번째는 행정이다.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과만 고군분투하는 일이 아니다. 자치행정, 주민행복, 녹색관광, 생태환경, 뿔뿌리 경제, 도시디자인, 산림정원 미래 농업, 대나무자원연구소 모두가 함께 모여 문화도시추진단의 일들을 어떻게 도울지 끊임없이 경청하고 지원할 때 천년 담양의 위상이 새롭게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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