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ㆍ특집 기획특집
【농촌빈집】전문가칼럼① 특집/ 농촌마을 빈집, 마을문화공간 활용빈집도 문화자원이다.

전고필(본지 칼럼진, 문화기획가)

공간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각은 다르기 마련이다. 
도시에서는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고, 한편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만이 살길이라며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옮겨 다니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농촌은 다르다.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으로서 자리한 고향이라는 개념 안에 가장 첫 기억이 내 집에 있다.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도시 사람들이어도 고향을 떠올리면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내 근원으로 여긴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그 애틋함은 더 하겠지만 친족들이 가뭇없이 사라졌어도 내 고향땅에 집이라도 있어야 무언가 찾아갈 명분이 생기고 당당해 질 수 있음을 안다. 

그러니 광주와 지근거리인 담양에 근 1,000여호가 빈집으로 방치 되었다고 해도 저걸 내어놓거나 임대해 줄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 지혜를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며 인생의 출발지점인 집을 놓아 달라고 하는 것은 마치 터무니를 없애는 것과 동격이다. 특정 공간에 사람의 손길이 다가가고 세월이 흐르며 거기에 무늬가 새겨진 것이 터무니인데, 그것을 위생과 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제거하는 것이 갖는 한계는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게 한 두 개면 그렇다 할 수 있지만 수백 채를 넘어선다고 하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빈집을 되 뇌이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다. 
1999년 피아니스트인 임동창 선생은 경북 안동의 임하댐을 지나다 수몰되어 있던 오래된 고택을 보게 된다. 그 집을 두고 가게 된 기구한 운명의 한 집안에 관한 생각부터 수많은 수몰민들이 터전을 잃고 헤매는 현실까지 확장된 마음은 물이 빠진 그곳에서 공연을 기획한다. 소리꾼과 연주자, 무용가, 전위예술가 들이 그의 생각을 보탠 무대는 천여명의 관객과 함께 수몰의 비애, 빈집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다시 새워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당으로 치환했던 한바탕을 연출했다. 

노익상 이라는 다큐멘타리 사진작가는 이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칼럼을 연재하던 중 외딴집이라는 공간에 주목하게 된다. 마을이 저 안에 있음에도 마을로 편입되지 못하고 엉거주춤 길 가에 나와 있는 집들의 사연은 무엇인지 10여 년간을 찾고 탐구하고 인터뷰하며 “가난한 이의 살림집”이란 책을 상재했다. 나는 그 책을 보면서 예술이 사회와 얼마나 깊이 연대하고 있는지를 실감하였고, 그로 인해 미적 감성을 넘어선 인간의 철학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못 하나, 문살 하나, 살강, 부뚜막, 대청 그 곳곳에 박혀 있는 사람들의 온기와 배려를 살피면서도 정작 마을로부터 편입을 거부당해야 만 했던 그런 이들의 삶을 풍경으로만 예쁘게 바라보았던 외주물집의 비애가 그 책에 담겨 있다.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을 동시에 바라보는 자기 경험과 성찰을 근본으로 한다. 남의 것을 내 것 마냥 옮기고 사용하는 것은 문화기획에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연원을 밝히면서 옛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덧대고 이어가는 것이 문화를 통해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첩경이다. 노익상 선생의 책은 그런 얘기를 담고 있다. 

불우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대표시는 “빈집”이다. 
그 첫머리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로 시작하여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로 마감하고 있다. 모든 살아왔던 것들과의 추억과 살아갈 미래를 다 담아 빈집에 감금해 버리는 시를 생각하며, 담양의 빈집을 넘어 세상의 빈집은 그런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곳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삶의 전환 지대로서 빈집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 나서 자라고 이 땅을 지켜온 터줏대감과 이곳에 살아보려고 귀농을 하거나 귀촌을 하는 이들이 이제 엇비슷해 지고 있는 사회적 현실은 그나마 빈집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생활이 있어야 문화가 생성된다. 집이, 마을이 비어가고 있는데 문화를 얘기하는 것은 문화가 인간의 삶에 대한 경작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삽질과 같은 것이다.  

담양군은 이제라도 빈집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집단 지성이 함께 모여 빈집의 활용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아보자. 누군가는 효심 때문에, 누군가는 소속감 때문에, 향수 때문에, 비빌 언덕 때문에, 언젠가는 지가가 오르리라는 기대 때문에 빈집의 도미노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을 놀이방, 사랑방, 마을 생애기술 전수관, 마을박물관, 마을 텃밭, 쌈지공원, 주차장 등 공동체를 구성하는 가징 기본적인 문화공간에 대한 요구도 있을 터이고, 마을 공동 관리시설로 임대를 해 주는 정주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 민박이나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하는 것 등 묘안들이 나오면 그 지역민의 의사와 타당성을 충분히 고려한 지원책을 통해 빈집을 문화자원으로 치환하는 모범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양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