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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29)귀농인 박혜림 님의 ‘연구원 출신 딸기농부’ 
박혜림 귀농인(부부 청년농부)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나에게는 꼭두새벽인 다섯 시에 일어나 딸기 농장으로 나가 딸기를 수확하고, 포장하고, 출하하기까지 정말이지 눈코 뜰 새가 없다. 출하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어 아무 것도 하기 싫다. 하지만 농장 정리정돈과 청소를 위해 묵지근한 몸을 이끌고 마무리를 한다. 쓸고 닦아봐야 그다지 표가 나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 마음이 가볍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둠이 짙게 내린 경우가 태반이다. 농한기에는 그렇지 않지만 농번기 때는 별을 보고 나와서 별을 보며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나 매한가지다.
  
 이런 고생은 자초한 것이다. 나는 결혼 전부터 남편과 귀농을 화재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결론은 한결 같았다. 언젠가는 귀농하기로. 그렇다고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한 것도 아닌, 마음뿐이었다. 내가 왜 귀농을 동경하게 되었는지는 불가사의다. 부모님은 순천 출신이지만 농사 경험이 없다. 서울에 터전을 잡으셨고, 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줄곧 살았고, 평택 직장에서 5년 정도 근무했다.
  직장 또한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농사와는 대척점에 있는 일이었다. 해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소속은 수중건설 로봇사업단이었다. 수중로봇 제작관련 예산을 책정하고 관리·감독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농사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귀농을 동경했고 무작정 귀농했다. 준비 없이 귀농한 터라 서툰 점이 많았다. 
남편은 농기계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우역곡절도 많았다. 딸기를 재배했는데 정식하는 법도 서툴렀다. 모종이 주저앉은 경우도 허다했다. 아는 게 없으니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농사가 전문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다행인 것은 전문적으로 알려주실 지인이 가까이 계신다는 점이었다.

딸기재배 하우스

 내가 담양으로 귀농한 이유 중 가장 으뜸이 지인이었다. 담양으로 귀농하면 딸기에 관한 한 어떤 노하우라도 빠짐없이 전수할 것이랬다. 그 말에 큰 힘을 얻어 3년 계약으로 농장을 임대하여 서둘러 귀농했다. 남편과 구두 상으로만 주고받았던 귀농, 막연히 동경했던 귀농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지인은 마치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셨다. 시간 구애도 받지 않았다. 자문이 필요하면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았다. 그 때마다 지인은 어린 아이에게 기역 니은을 가르치는 것처럼 기초부터 꼼꼼하게 지도해주셨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동경했기 때문일까. 담양이 좋았다. 
도시에 비해 병원의 규모가 작고 의료기구도 빈약해보였다. 하지만 광주가 가까워 그 점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면 30분 전후로 갈 수 있는 병원이 많으니까. 30분 거리는 서울 기준으로 하면 지척이나 같았다.
  
 귀농한 지 갓 1년을 넘었지만 나도 남편도 많이 달라졌다. 
남편은 골프 선수다. 이제 전업농이 되었으니 골프보다 농사가 우선이라 농사에 최선을 다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계 작동은 기본이라 다양한 농기계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를 만지지 않았던 남편이 제법 전기에 눈을 떴다. PLS제도에 맞는 농약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영양제의 장단점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행정에도 눈이 밝아졌다. 귀농 전에는 기껏해야 미원서류를 발급 받는 게 고작이었지만 귀농 후에는 농지원부나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청년창업농을 신청하기도 했다. 40세 미만의 청년에게 지원하는 청년창업농은 경쟁이 치열해 사업계획서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남편이 먼저 선정되었는데 나 역시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작성해 청년창업농에 선정되는 결과를 얻었다. 운이 작용한 탓도 있었다. 청년창업농은 작년까지는 부부 중 한 명만 수혜자가 되었는데 올해 부부 모두 가능하다고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딸기는 토경과 수경재배가 있는데 우리는 수경재배를 하고 있다. 고설재배라고도 한다. 수경재배는 허리를 숙이거나 쭈그리고 작업하는 토경에 비해 육체적으로 한결 수월하다. 허리를 굽힐 일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육체적 고통이 상당하다. 아직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젊은 나이임에도 농사는 농사다, 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딸기 파종

 이제 농사가 무엇인지 겨우 눈을 뜬 정도에 불과하다. 결혼 전에 실상도 파악하지 않고 귀농하기로 했고 또 준비 없이 서둘러 귀농해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현실에 맞게 농업 설계를 하는 중이다. 딸기를 시작했으니 딸기로 끝을 볼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교육도 받았다. 딸기로 반평생을 보낸 지인의 도움과 주변 분들의 응원, 농업기술센터의 관심과 지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설계를 세우고 있다. 
  우선 농지부터 구입할 예정이다. 임대 농지라 우리 처지와 실정에 맞게 마음대로 투자할 수 없어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다보니 우리 소유의 농지가 절실함을 느껴 무엇보다 먼저 농지를 구입할 생각이다. 그 농지에 하우스를 지어 마음 편하게 농자를 짓고 싶다. 우리 땅에 농사를 지을 생각을 하면 피곤함이 반감되곤 했다.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딸기를 배우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하나하나 배워가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이래저래 바쁜 나날이다./강성오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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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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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AP 2021-05-08 02:23:00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은 용기랑 힘이 많이 필요한데 글에서 그런 힘과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지네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앞에 놓인 안개를 하나씩 거둬가면서 성장하시길 기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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