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지금으로부터 71년 전 벌어진 6.25전쟁이 있었던 달이다. 이 전쟁은 공산주의 체제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소련의 사주와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불법 남침하여 국토가 망가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국군장병들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5년부터 6. 6일을 현충일로 제정하여 이날 하루만이라도 이들을 기억하는 여러 행사를 해왔다. 

즉, 현충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현 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충일은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노병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 나라를 지켜보고 있다. 

기억에 의하면 현충일은 집집마다 조기를 게양하고 10시가 되면 울리는 사이렌소리에 가는 길을 멈추고 길거리에서 그대로 묵념을 올렸다. 놀러가는 것도 음주가무도 자제하고 정숙하게 이날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다. 아파트에 걸린 태극기 물결을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하였고 ‘비목’이라는 가곡이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가 떠오르는 날이었다. 

지금은 아파트 창밖으로 걸린 태극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천안함 침몰로 죽은 장병들은 전사자 지위를 받지 못하고 공무상 순직으로 처리되었다. 자식을 잃은 늙은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도대체 누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는지 답해달라고 매달리는 나라가 되었다. 야구장이나 교회의 앞자리 하나를 항상 비워두고 전쟁에서 실종된 장병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미국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지난 5월에는 모 방송국에서 국군포로 이야기를 다룬 ‘45년만의 귀가’가 방영되었다. 이미 전사자로 처리되어 국립묘지에 위패가 안치되어 있었던 장무환씨가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쳐 귀환한 실제 이야기다. 당시 장씨는 주중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귀국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으나 대사관은 도움을 거절하여 어렵게 귀환하였다. 이런 장씨가 국가로부터 보상받은 것은 그동안 월급 228만원을 포함한 6,200만원 정도였다. 

이렇게 퇴색된 현충일의 빈자리는 타락하고 무능한 국군의 모습들로 채워지고 있다. 땀을 흘리는 훈련은 사라지고 전쟁놀이하는 컴퓨터 게임이 자리 잡았다. 주한 미군들이 실제 훈련을 하자고 사정하는 군대가 되었다. 밥상이 부실하다고 고발이 난무하고 여기저기서 무너진 성 군기 사고가 터지고 있다. 훈련소부터 현지부대까지 힘든 훈련을 고발하겠다는 병사들의 협박에 지휘관들조차 쩔쩔매는 군대가 되어 버렸다. 

군대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군 기강을 확립하고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국군 통수권자의 헌법상 책무다. 정치도 언론도 국민도 제대로 된 군대를 만드는 일과 보훈 용사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전 국민들이 예전처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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