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인문의 조화로운 결합을 기대하는 남도정원

어느 초등학교 수업시간. 자연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저마다 손을 들고 꽃이요, 산이요, 바다요, 동물이요 라고 외칠때 한 친구가 슬며시 “자연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자연인데”라고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손대지 않은 것은 자연이고 사람 손길이나 옷깃이 스치게 되면 이것은 인문이 된다. 즉, 자연이라 말하는 순간 자연의 본질적인 것이 생태와 인문으로 변화하는 해석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을 그 어린 친구는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담양이 지향해온 생태와 인문도시는 따로가 아니라 하나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기서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면에서 죽녹원 일대의 남도 정원 조성이 탄력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담양의 매력물의 내재적 가치가 더욱 깊고 풍성해짐을 의미한다. 
사실 코로나-19 상황이 오면서 생태와 힐링을 외치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간극이 눈에 띠듯 보여졌다. 도시의 브랜딩 전략이 대재앙과 같은 싯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으로 유효함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것이지 싶다. 

특히나 관광을 비롯한 여행 목적의 방문지 선택 요인으로서의 생태지향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녹색관광과라 부서명을 정한 담양군 행정조직체계는 생태와 관광이 조화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담양 관광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를테면 대나무라고 부를 때 자연적 속성과 대밭이라고 부를 때 인간과의 유기적 결합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담양읍에 둥지를 튼지 2년이 지나니 이제 죽녹원의 아우라가 어느 만큼인지 피부에 와 닿는다. 

1년차에는 추성관에서 전국 문화활동가 포럼을 하면서 그들 모두의 부러움과 시샘을 겪었고, 2년차에는 여느 곳이나 인적이 끊긴 관광지 같지 않게 점과 점이 선으로 이어지며 조심스레 대숲과 관방제림으로 이어서 거닐고 있는 방문객들의 행렬이 기이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푸르름과 더불어 밀생이라는 것이 주는 생동감과 한편으로의 차단감이나 고립감 같은 것은 낱개의 대나무가 아니라 대숲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죽녹원 뒷편으로 이어지는 시가문화촌과 숙박시설의 끌림은 어찌보면 죽녹원과 같은 대숲을 소유하고 싶은 도시인의 마음에 응답해주는 최정점에 이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옛 선비들이 벗했던 대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내는 남도정원이 완성되면 이 또한 하나의 테마파크로 자리할 것이 분명하다. 가만히 그 공간이 담지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본다. 연못에는 당연히 연꽃과 순채가 자랐으면 좋겠다. 계류의 흐르는 물에는 석창포가 검은 등걸을 내밀고 물을 머금었으면 좋겠고, 그림속의 소쇄원처럼 작은 물레방아가 돌아가며 절구공이 소리를 내고, 어느 곳에선가는 치자향이 은은하게 경내를 파고 들었으면 하고, 식영정의 천년송이라 칭하는 나무의 후계목과 계당의 매화와 명옥헌의 배롱나무, 후산마을의 인조대왕 계마행수인 은행나무, 소쇄원의 왜철쭉, 환벽당의 동백, 풍암정의 전나무 같이 누정의 주변부 이면서도 정자를 지은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베여나는 꽃과 식물들의 배치와 동기 부여가 드러나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실용적으로는 지금처럼 기후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나타나 식물들이 고사하거나 낙뢰 등으로 죽게 될때 그 대를 이을 수 있는 후계목이 버젓이 준비되고 있는 정원이면 좋겠다.

천지사방에서 생태와 경관을 내놓고 백가쟁명 하듯이 지역을 자랑할때,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 건너왔고, 향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검증도 안되었는데, 심고 이식하고 다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양화소록이나 화암수록, 순원화훼잡설 등과 같이 꽃과 나무가 어떤 뜻과 의미를 지니며 심어지고 보살펴지고 공명을 불러일으키는지 근원을 밝혀주며 조상들의 지혜와 공감하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전통에 기반한 남도정원은 얼마나 근사할까.

생태와 인문을 중시하는 담양사람들은 배롱나무 하나를 가지고도 그 이름을 달리 불렀다.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 그게 함축 되며 배롱, 붉게 피는 꽃이라고 해서 한자로 자미, 간지럼을 잘 탄다고 해서 간지럼 나무, 매끈해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해서 원숭이 미끄럼 나무, 꽃이 100일 동안 피고지고 나면 추수를 해서 쌀밥을 먹으니 쌀밥나무 이렇게 부르죠. 이 나무를 누정에 심은 것은 붉은 색이 나쁜 잡귀를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고, 세상 꽃들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지는데 배롱은 자기 절제와 조정을 잘해서 100일간이나 피우는 점을 본보기로 삼기위해 심었고, 끊임없이 나무의 껍질을 벗어내는 성질을 보고 자기 수양을 한다고 보아서 뜨락에 배롱을 심었고, 여기 남도정원에 그 후계목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라는 설명을 다소곳하면서도 자부심이 담겨있는 어투로 조곤조곤 이야기가 꽃피는 남도정원에서 생태인문도시 담양의 가치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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