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가만있어도 천 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소리 없이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애써 드러내며 자랑하지 않아도 꽃의 향기는 널리 사방으로 퍼져간다. 사람의 덕행이나 아름다운 인품 또한 그러하다. 아무리 낮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도 이웃이 먼저 알고 입소문을 내는 법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사람들이 향기로운 꽃과 나무를 심고 인재를 키우는 것도 이들이 세상을 향해 풍기는 향기를 아끼고 사랑해서였음이라. 이는 비단 꽃이나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도 그 나름의 명성과 독특한 향기를 지니게 마련이니까. 

  그러면 우리가 ‘담양’ 하면 떠오르는 향기는 어떤 것인가? 
또 사람들이 담양을 직접 찾았을 때 바로 확인하며 체감할 수 있는 향기는 과연 무엇일까? 무슨 향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담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토록 분주해지는 것일까? 분명히 만나고 싶은 향기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가장 담양다운 향기로서 오랜 세월을 거쳐 마련되고 숙성된 담양DNA가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매력 있는 향기임이 틀림없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란 말이 있다.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그 향기로운 꽃과 열매를 찾는 발길이 이어져 저절로 이들 나무 아래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니 담양을 찾는 외지인의 발길을 두고 비유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소문이 소문을 부르면서 ‘대숲맑은 생태도시 담양’을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찾아온다. 담양의 향기가 천 리 밖에까지 퍼져 있다는 구체적 증거다.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 이후 나온 생태도시 개념도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이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크게는 지구촌 전체도 하나의 커다란 생태도시다. 현재 지구촌이 안고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는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니다. 이미 배출된 탄소배출량만으로도 그 위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막연한 낙관주의는 실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우선 편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그게 모두 발전이라고 규정하는 단순 논리 앞에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담양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음은 시대적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무척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하다. 
 
  우리는 생태도시로서 향기로운 담양에 주목하고자 한다. 
생태도시답게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담양을 찾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때 담양은 더욱 주목받고 사랑받는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물려받은 인문학적 유산을 토대로 이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 가치로 확고하게 설정하고 이에 대한 공감과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에 ‘담양이 가진 천년고도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인간과 자연이 공존했던 정신을 ‘담양다움’의 가치로 재탄생시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생태와 인문학으로 디자인한 ‘대숲맑은 인문생태도시, 담양’의 비전을 구현하려는 시도에 기대가 크다. 

  이때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중요하다. 
모든 향기 중에 가장 좋은 향기는 사람의 향기이다. 말과 구호로만 생태도시가 아니라 생활ESG 행동을 앞장서서 실천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연환경이나 문화적 유산이 제아무리 좋아도 그에 상응하는 사람들의 수준과 태도가 미치지 못한다면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속 빈 강정일 수밖에 없어서다. 집값의 절반은 이웃이 만들어 준다는 말도 있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면서 인간과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야말로 고품격 향기를 발산하면서 모두가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아니겠는가? 
담향천리, 담향만리를 발산할 수 있는 새로운 담양 천년을 가꾸는 일, 눈과 귀를 열고 더 크게 더 깊이 보고 듣고 실천할 일이다. 

■ 프로필/ 김홍식(金洪植) 칼럼위원 

-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제14대 광주광역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한국중등교장협의회 광주광역시회장
-광주국공립중등교장연수회장
-법무부 광주보호관찰소 특별범죄예방위원
-광주광역시 아동복지심의위원
-여성가족부 위탁 광주해바라기센터 (아동) 운영위원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공동의장
-(재)빛고을결식학생후원재단 사무국장
-광주광역시체육회 이사/상임이사
-광주문인협회 회원, 동산문학작가회 회장
-광주광역시 중, 고 교사, 교감, 교장,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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