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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창간4주년 기획연재Ⅲ(소설)/소쇄원의 피로인(제30화)양진영 작가

<제30화>탈출전야

오사카에 있는 야스하루가 닌자를 고용해 몽인을 납치하려는 것이 아닐까……. 
유명환은 산척패에 섞여 달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스하루는 예전부터 닌자를 잘 부리는 영주로 소문 났고 아들 야스모토와 달리 간계에 뛰어났다. 혜란과 몽린의 어머니를 자기 정실의 하녀로 삼은 것도 몽린을 곁에 두고 조선에 못 가게 하려는 수작일 것이다. 그의 측근에는 첩자가 많으니까 몽린이 쇄환사와 접촉한 것을 벌써 눈치챘을 수도 있었다. 
예전에 오윤겸을 만나고 나올 때 몽린을 습격한 것도 야스하루의 짓이 아닐까?
그때 몽린은 대마도주가 보낸 하수인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야스하루가 보낸 자객일 수도 있었다. 몽린이 오윤겸을 만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 알아낼 속셈으로.

“성님, 백돌이가 그놈을 잡은 성싶소.”
다방동이 외동딸 돌보듯 아끼는 풍산개가 귀를 꼿꼿이 세우고 섰다. 물어뜯을 상대를 본 듯했다.
“크르릉, 크르릉…….”
그 개는 두세 살 배기 호랑이를 이긴다는 개마고원 말승냥이의 피를 이어받았다. 감추고 있던 산짐승의 혼이 젖은 눈깔에서 이글거렸다. 
색동 쪼가리가 너불대는 왜인의 신전 입구였다. 뒤에는 백 척이나 됨직한 당주나무가 우람한 가지를 펼치고 섰다. 거기에 매단 오색 헝겊들이 감때사납게 뒤채이면서 털퍼덕털퍼덕 어둠을 때렸다. 긴 나룻을 늘어뜨린 가지가 괴목의 속살을 숨기고 있어 달려들기가 겁난 듯했다. 개가 그곳에 대고 크렁크렁 쉰 소리만 내질렀다.
“사냥개 눈으로도 볼 수 없다면…… 돌.”
좌준이 말하자 다방동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망탱이에서 돌멩이를 꺼냈다. 닥나무 껍질을 이은 노끈이 양손에서 빙빙하다가 물풀매에 달린 한 쪽 끝이 집게 손가락을 벗어난 순간 쉭쉭, 화살을 쏘는 듯한 소리가 잇따랐다. 순식간에 스무 개쯤이 버드나무 가지를 때렸다.
두고 보자, 몇 놈은 맞았을 터!

부싯돌 불빛에 버드나무 가지에 짤싹 붙은 자를 보았다. 강아지를 통째로 삼킨 구렁이같이 나뭇가지 가운데가 불룩했다. 거기에 모난 돌을 여덟 개나 연거푸 쏘았다. 
내 돌멩이를 한 개만 맞아도 혼절하는데 대갈빼기에 맞고 버티나 보자.
딴은 퍽! 시커먼 숯 가마니 같은 것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이어 꾸르르르, 꾸르르르…… 부엉이 울음을 신호로 가지 사이에서 검은 물체가 스멀스멀 내려왔다.
다섯 놈이닷!
유명환은 환도 손잡이를 반 치쯤 올렸다. 튀어 오름과 동시에 검을 빼고 베는 검법이었다. 그러나 왜국에서 난다 긴다 소문난 닌자가 아닌가. 숙련된 적은 그를 비웃었다.
“펑, 펑, 펑…….”
화약통 터지는 소리가 서너 차례 울리더니 흰 연기가 느티나무를 덮었다. 왜인 간자들이 땅에 떨어진 동료를 재빨리 들쳐 메더니 비안개가 사람을 홀리듯 홀연히 사라졌다.
“타, 타, 타앗…….”
줄타기라면 조선에서 최고였다고 뻐기는 가야지가 공중에서 빙글 대여섯 바퀴를 돌더니 훌러덩 나무를 넘어갔다. 이어서 산척패가 앞다투어 각시메뚜기 뜀박질로 적을 뒤쫓았다. 유명환도 그들을 따라 튀어오르다 멈칫했다.
개가 여태 저 오리를 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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