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장마도 지나가고 무섭게 뜨거운 여름 태양이 대지를 달군다. 그러면서 열대우림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콜 같은 소나기가 국지성으로 무섭게 내리친다. 구름과 비, 번개와 천둥, 그런 여름날에 만나는 소나기는 시원하면서 그 비를 맞으면서 살았던 추억을 떠 올리게 한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학창시절에 읽었던 작가 황순원의 ‘소나기’라는 단편소설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아직도 그때 느꼈던 감수성이 지금까지 살아있나 보다. ‘소나기’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순수하고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과 이별의 냉혹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하얀 피부에 예쁜 소녀를 본 시골뜨기 소년의 마음을 그 애틋한 사랑을 은연중에 그려주고 있어 읽는 사람들이 마음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작가 황순원씨는 6.25전쟁이 한창인 1952년에 이 소설을 만들었다. 왜 이런 작품을 나라전체가 전쟁으로 어려운 시기에 써내려갔을까. 모든 게 파괴되고 전쟁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현실에서 순수한 휴머니즘으로 평화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물은 태초의 근원이며 정화를 의미한다. 소나기라는 비는 물이다. 그래서 ‘소나기’라는 소설에서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너는 개울물을 통해 생명의 근원을 느끼게 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깨우고, 그래서 어두운 현실에서 평화를 향한 인간의 소망을 상징으로 표현하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독서를 통해 스토리를 기억하는 수준의 소설에서 이렇게 나름대로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것, 이것을 요즘은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등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범주에서 찾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소나기의 특징을 통해 짧고 강하고 견디기 힘든 사랑의 시련을 그려 내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시련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각박한 세상에서 문학을 이용하여 현실을 뚫고 나가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나 미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려고 한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도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은 문화교육 선도도시 부문에서 7년 이상 대상을 수상하여 ‘인문학 도시 칠곡’으로 자리 잡았다. 순천시도 조례호수 도서관을 이용해 조례호수공원을 탐방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태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했다. 충남 홍성군은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하여 인문도시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인문학은 이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담양에는 과거 추억이 살아나는 ‘담빛시네마’가 완공되어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담양 문화회관도 전면적인 탈바꿈 공사를 하여 이제 담양은 다양한 인문학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담양 공공도서관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인문학 강좌를 해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지금은 ‘퇴근길에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군민들에게 인문학의 진수를 들려주고 주민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평소 지방에서 만나기 어려운 유명강사들을 이곳 담양에서 만날 수 잇다는 것만으로도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의 노고가 돋보인다. 

 담양에는 가사문학관과 여러 귀중한 문화재들이 산재하기 때문에 담양이 추구하는 인문학은 도서관을 시작으로 문화원, 학교, 언론기관이 협력한다면 담양은 전국에서 제일가는 인문학 특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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