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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빈집】전문가칼럼특집⑧/농촌마을 빈집, 마을공유공간 활용

김홍식(본지 칼럼진) 

빈집은 자원이다

  올 초에 있었던 일이다. 수도권에서 사는 지인과 함께 825번 지방도인 영산강로를 따라 여행을 했다. 좌측으로 영산강을 끼고 내내 강물과 함께 달리는 기분 좋은 시간이다. 당시 2월의 끝자락인지라 아직은 메마른 겨울 풍경이 여전한데도 황톳빛 남도땅을 적시며 흐르는 푸른 물결과 넉넉한 들녘의 보리밭, 완만한 산자락의 훈훈한 풍광만으로도 지인의 얼굴은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다가 구진포나루를 지나 식영정이 있는 몽탄면 이산마을 근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마을을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이런 곳에는 분명히 볼만한 집이 있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마을 어귀에서 어르신 한 분이 지나가다 들렀다는 우리의 말을 듣고 살갑게 집 하나를 알려주신다.
 엉성하게 관리되고 있는 잡초 무성한 빈집. 하지만 한눈에 반할 만큼 욕심이 나는 집이다. 뒤로는 대숲과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고, 앞으로는 푸른 영산강과 멀리 월출산이 통째로 눈에 들어오는 보기 드문 명당이다. 이런 곳이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집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남도의 멋과 맛을 느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주인만 허락한다면 당장이라도 내려와 정착할 것 같은 지인의 표정이다.
 이런 빈집은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 도시화가 남긴 유산이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기업과 공장이 있는 도시로 빠져나가고 높은 교육을 받은 청년들도 그에 상응하는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부모 세대들만 애써 고향을 지키다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멀쩡했던 집도 하루아침에 빈집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 담양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마다 빈집이 몇 채씩은 있다. 
일정 부분 관리되는 집도 있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되거나 폐가나 다름없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마을의 미관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오염이나 악취, 잡초 등으로 인해 안전이나 방역상으로도 매우 취약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혜를 모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담양은 광주라는 큰 도시와 이웃하고 있다. 이는 담양이 지닌 인문학적, 생태적 가치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매우 좋은 여건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담양이 외부로부터 찾고 싶은 죽향으로 탄탄히 자리를 잡은 것도 아주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래서 담양의 빈집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긴 하지만 일단 그 잠재적 활용 가치는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담양으로 오고 싶어도 집이 없다는 외지 사람들의 말을 아쉽게도 종종 듣는다. 
며칠 전에도 광주·전남에서 프로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 담양에서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촌 마을에도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도시를 닮으려 하지 않고 마을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장점을 살리려는 마을공동체의 노력이 건강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빈집 하나만을 가꾸고 단장한다고 해서 바로 외지인이 욕심내며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마을 전체를 가꾸고 정비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집값의 절반은 이웃의 몫이라 하지 않던가. 빈집을 제아무리 살 만하게 정비해 놔도 그 집에 이르는 골목길이나 마을 환경이 거칠고 혐오스럽다면 외지인이 흔쾌히 마음 정하고 찾아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을 뛰어넘어 빈집 없는 마을가꾸기 사업을 전개했으면 한다. 
빈집 정비와 마을 가꾸기 사업을 병행해서 마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그 마을의 특성을 살려서 빈집을 문화예술 공간이나 휴식공간, 농촌 체험학습공간, 예비귀농인 주택 등으로 탈바꿈시켜 활용한다면 외부에서 마을을 찾아올 이유가 생긴다.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마을의 가치가 높아지고 특화된 농촌체험마을이 될 수 있다. 도시인들에게는 농촌의 평범한 모습이나 일상도 아주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소중한 체험학습장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터다.
 

또한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연계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하다. 반나절용, 하루용, 1박2일, 2박 3일, 나아가 한 달 살기 등등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빈집은 얼마든지 소중한 지역의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소유자와 마을, 행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에 살면서 언젠가 활용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세월 속에서 빈집을 녹슬어 가게 하기보다는 개인과 마을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했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인기 있는 카페나 음식점 명소의 조건으로 논뷰, 밭뷰를 꼽는 이들이 많다. 환경이 자원인 시대다. 푸른 대숲과 넓은 들판, 스토리텔링이 넘쳐나는 인문학적 자산이 풍부한 내 고향 담양은 저절로 사람을 부르고 모은다. 이에 부응하는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빈집 가꾸기를 넘어 매력 있는 마을 가꾸기, 고향 가꾸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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