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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 【대숲소리】/ 추석 달을 보고 인생을 묻기고재종 칼럼위원(시인)

  추석은 우리말로는 한가위인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의 옛날 말로, ‘음력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유리왕 때 부녀자들이 두 편으로 갈라져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시합을 했다. 이때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내서 8월 보름, 달 밝은 밤에 밤새도록 ‘회소곡’ 등을 부르며 춤을 추고 놀았는데,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라 하였고 나중에 ‘가위’로 변한 것이 그 유래이다.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눠 음력 7월을 맹추(孟秋), 8월을 중추(仲秋), 9월을 계추(季秋)라고 불렀는데 그에 따라 8월 보름에 쇠는 명절을 중추절이라고 한다.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의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인데 중국 사람들은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가위, 중추절, 추석 중에 나는 그래도 추석이라는 말이 좋다.
  
추석(秋夕)은 우리말로는 가을저녁인데, 이 말이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시피 가을저녁은 그야말로 달이 환한 저녁이다. 더구나 팔월보름이면 그 말조차도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보름달’이 온 천지를 휘영청 밝혀주지 않는가. 이런 보름달이 환한 가을저녁이란 뜻이 있는 추석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는 좋은 것이다. 여기서 보름달이 등장하는 격조 높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시불(詩佛)이라고 일컬어지는 왕유(699~759)의 시 「죽리관(竹裏館)」이다.
  
  깊고 그윽한 대숲에 홀로 앉아서                      獨坐幽篁裏 (독자유황리)
  거문고를 타고 길게 휘파람도 분다                    彈琴復長嘯 (탄금부장소)
  깊은 숲이라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 비춘다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

깊고 그윽한 대숲에 홀로 앉아 있다는 것은 이치나 아취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오묘한 선림 속에서 홀로 푸르고 성성한 명상 혹은 선정(禪定)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명상삼매에 들어 기쁨에 취하다 보니 마음의 거문고도 타게 되고 휘파람도 절로 나온다. 이런 깊고 오묘한 선정과 선열이라는 경지를, 깨치지 못한 사람들은 도대체 알 턱이 있는가. 오로지 밝은 달 곧 원만하고 구족하신 부처님이 찾아오셔서 그 환한 빛 속에 함께 한다. 
  
이 시를 소개한 것은 어차피 올해의 추석도 이렇게 보름달을 쳐다보며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을 해야만 할 것 같아서이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을 “얼굴 없는 인간”이라고 했는데, 이 속엔 여러 가지 뜻이 함유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얼굴이 없는 인간이라면 얼굴을 드러내고도 온갖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행태를 일삼는 인간들이, 마스크 뒤에 숨어서 더욱더 돈과 권력 등으로 왜곡된 욕망을 뻔뻔스럽게 드러내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는 그런 행태를 현실사회에서 보고 있다. 권력자와 자본가들은 자기들의 정책 실패와 노동 희생을 마스크 뒤에 감추어서 좋고, 대선후보니 시장후보니 군수후보들은 마스크 뒤에 숨어서 온갖 중상모략과 흑색선전 등 마타도어를 부려서 좋은 것이다. 그 마스크 뒤에서 숨 막혀 죽어나는 것은 오늘도 장삼이사, 필부필부, 민중뿐임을 말해 무엇 하랴.
  
추석은 환한 보름달을 우러러 제사를 지내는 추수감사절이다. 하지만 고령의 고향부모들이 되레 바이러스 옮길까봐 자식들의 귀향을 막는 지경인데, 정치인들이 여러 마을을 들락거리며 코로나나 퍼뜨리지 않을지 심히 걱정이다. 우리 지역은 이미 그 경험이 있지 않는가. 부디 이번 추석만큼은 누구든 자기 마음자리를 보름달에 두고, 예전에 한 수행자가 8월 어느 날 스승인 조주선사에게 물었듯이 “나팔꽃은 아침 이슬을 머금었고, 오동나무 잎사귀는 가을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리하면 인생의 진실은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한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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