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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한탄한다. 박환수(본지 칼럼위원)

공정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가 말하는 공정한 세상이란 예측 가능하며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대로 공부하고 일하고 투자를 해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재산을 형성하고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몇 년 전 우리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따랐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물론 우리 모두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무렵 개봉한 영화에 머리가 셋에 팔이 여섯인 귀신을 뜻하는 ‘아수라’가 있었다. 당시 잘 나가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열연을 했지만 흥행은 기대 이하였다. 정치, 경제, 사법 모든 분야에서 썩어 문드러진 이 사회를 너무 잔혹하게 그려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5년이 지난 지금 그 영화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SNS에서 아수라를 검색해 보면 국민들이 왜 그 영화를 다시 보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추석에서 가장 회자되는 사건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라는 회사가 3억 5천만 원을 투자하여 4천억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려 대박을 터뜨린 경기도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사업일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잘했다 잘못했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1%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세상에서 천배의 이익을 남겼다는 것이 상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국무총리까지도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을까. 
주역에서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며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명리학자들은 굉장히 좋은 괘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명칭을 사용했겠지만 이번 추석의 민심은 ‘화천대유’ 하세요, 예 당신도 ‘천화동인’ 하세요라는 패러디 인사말이 등장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서민들에게는 영화 ‘아수라’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분노하고 한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되면 막상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은 뉴스거리가 되지를 못한다. 서울 마포의 한 호프집 사장이 자살했다. 그 가게 입구에는 ‘편히 쉬세요,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라고 적힌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그 옆에는 카드사, 대출회사에서 보낸 우편물이 널려 있었다. 
같은 날 여수의 한 치킨집 사장도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죽음을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들의 발을 끊어 발생한 인재임에도 정부는 이런 거리두기 정책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느린 백신 접종이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코로나가 잡힐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회원 수 82만여 명의 자영업자 카페에서는 ‘어제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며 일을 했다. 내 상황도 비슷해 남 일 같지 않다. 너무 힘들지만 우리 조금만 더 참자’는 식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런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지만 그들의 집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만다. 과연 언제나 이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아수라장을 끝내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것인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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