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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창간4주년 기획연재Ⅲ(소설)/소쇄원의 피로인(제31화)양진영 작가

<제31화> 탈출전야

예순 보쯤 떨어진 곳에 아름드린 소나무가 솟아 있었다. 오즈 읍내와 가마의 중간쯤에 서 있는 그 나무는 가마를 오가던 유명환도 자주 지나치던 곳이다. 꼭대기에는 홍수를 막는다고 왜인이 세워 둔, 나무로 깎은 오리 두 마리가 앉아 이었다.
그 오리가 예전에 보던 크기가 아닌데?
전에는 호박 덩이만 했던 새가 오늘은 장국집 솥단지만큼 컸다. 풍산개는 감나무에 앉은 까치를 보듯 낑낑거렸다. 
개는 저 요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이야. 
눈을 홉뜨고 올려다보던 유명환이, 오리가 사라졌다? 느낀 찰나였다. 한 줄기 그림자가 솟대에서 삽시간에 떨어져 나오더니 열댓 간 사이를 두고 우뚝 섰다. 저승사자가 노려보는 것 같아 어지간한 유명환도 흠칫해 물러섰다.

 쉬이익!
적이 날아든 순간 유명환은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상대가 공격하는 순간 흐트러지는 찰나를 노렸다. 손에 쥔 작대기 길이가 열 자이니 밀어내기와 찌르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어우러졌다. 강하게 막고 부드럽게 찌르는 몸놀림이 둘이면서 하나로 이루어지는 격술이었다. 유명환은 한번에 열 간을 날아 온 야차 머리통을 봉의 한 쪽 끝으로 밀면서 다른 끝으로 잇따라 치고 들어오는 적을 때렸다. 
크윽…….
유명환의 위로 훌쩍 넘어간 적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그는 산척패가 동료를 쫓아가면 반대로 내달아 몽린을 해치거나 납치할 생각이었던 듯했다. 운이 나쁘게 유명환의 눈에 띄어 그들의 계략이 실패한 셈이었다. 
꾸르르르…… 꾸르르르…….
닌자의 올빼미 울음 신호는 십 리를 넘어 울렸다. 어디선가 동료가 부르자 그는 날아가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살할 놈이 마름쇠까지 뿌려요. 이것들은 잡도둑이 아니오.”
낯빛이 파리해진 다방동은 주워 온 날카로운 쇠못을 바닥에 뿌렸다. 닌자는 도주하면서도 해괴한 무기를 뿌려서 추적자를 따돌렸다. 좌준도 날카로운 쇳조각에 찔린 듯 한쪽 발을 쩔뚝거렸다.
저 정도 은둔술을 구사하는 첩자라면 무사의 부하인 듯한데…… 누가 도편수를 노리고 있을까?
시퍼런 초승달이 냉기를 뿌렸고 비밀을 감춘 밤이 스러지고 있었다. 저 멀리 가마터에서 고향을 그리는 아낙의 노래 가락이 여태 흘러나왔다.  
배꽃같은 열여덟에 과수댁이 웬말이냐
한번가신 우리님은 돌아올줄 모르시네
병풍위에 그린닭이 꼬꼬하면 오시려나
가마솥에 삶은개가 멍멍하면 오시려나
못살겠네 못살겠네 나는나는 못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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