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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19)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예비 문화도시 질의에 답함

주사위는 던져졌다. 
30여 도시를 대상으로 한 예비도시 지정을 위한 실무검토단의 현장 방문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거론되었던 여러가지 쟁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것인지가 11월에 있을 마지막 심사에서 결정된다. 이미 담양뉴스에서 필자가 거론했듯이 담양군이나 문화도시추진단의 열정과 실행력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검토단은 이것만을 보지는 않았다. 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열망과 이를 표출하는 방법과 이것을 다시 의제화하고 군민들의 숙의에 의해 정책으로 직접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요구했다. 정말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늘 행정이 주민들을 위해 시책을 발굴하고 선물해 주었던 관행의 역사를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이 습득한 담양이기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행정만이 낯선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것을 실행해 내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주민 한 분 한 분, 마을 하 나 하 나가 문화에 목마름을 느끼는 것은 이미 감지한 사실이다. 마을간의 격차가 큰 것도 파악한지 오래다. 삶의 방식, 생산의 방식, 입지적 환경, 인구통계적 차이 등에 따라 요구가 달라지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하지만 가사문학면의 어느 어르신이 말씀 하신대로 문화는 별것이 아니다. 사는 것이 문화고, 사람이 모이면 형성되는 것이 문화다. 그야말로 생존만을 위한 것은 생존의 욕구라 한다면 놀고 싶고, 함께하고 싶고, 권유하고 싶고, 전승되고 계승하고 싶은 모든 것은 문화라 할 수 있다. 그것들을 마음껏 풀어놓는 자리를 빈번하게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리들이 각각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 될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이 많아져야 한다. 그곳에서 발의된 열망을 충분히 들어주고 고민해 주고 해결해 주는 자리가 넉넉한 도시가 문화도시다. 

현재의 추진위원회는 사실 의사결정기구 같은 역할이 중심이라면 진정으로 현장과 조응하며 일하는 워킹그룹들이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구성되고 활발하게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현재의 추진단과 추진위원회 만으로는 인력의 한계가 의욕이나 과업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거버넌스 조직의 일원인 행정의 협력부서 구성원들 또한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문화도시를 문화체육과의 소관으로 한정 지어서는 안된다. 미래 담양의 정체성과 그에 근간한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브랜딩이 문화도시 사업이라는 것을 담양군의 모든 공무원과 군의회와 소속단체들도 내 일처럼 느끼고 합류해야 한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5년간 지원될 지원금 200억원은 기실 다른 부서의 사업에 비하면 많지 않은 재원이다. 그럼에도 전국 100여개 도시가 문화도시 지정에 사활을 거는 것은 문화가 주민으로부터 발현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첩경임을 알기에 이렇듯 열심인 것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이제껏 마주하지 못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지역민의 문화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문화자치를 익히는 매우 유용한 정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지역문화의 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그런 문화의 동인을 제대로 인지하고 아래로부터의 열망과 실행력을 최우선으로 꼽으며 지원하는 사업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도 응답해야 한다. 문화도시추진단의 위상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담양군문화재단의 소속으로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담양군문화재단의 조직구조나 인력 구성, 사업내용이 문화도시 사업을 어느 만큼 이해하고 지속가능하게 하고 있느냐 라는 물음이다. 그 내용을 곱씹어 보면 문화도시 사업을 재단사업의 한 갈래 정도로 취급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과 아니면 문화도시추진단이 사업을 가져오면 토사구팽 하는 구조로 가지 않을 것이냐 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담양군의 입장에서는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지만 원인을 찾아보면 간결하다. 문화도시에 지정된 도시를 보면 추진단이 독립된 지역도 있고, 문화재단의 한 부서에서 운영함에도 지정된 것이 있다. 즉, 추진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단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와 어떤 재원과 어떤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미리 알아보거나 경험 또는 경청 등을 통해 알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와 인문도시에서 한층 더 발전된 창의적이고 문화력을 가진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담양군문화재단이 독립된 위상과 안정적인 전문인력을 갖추고, 그에 걸맞는 재원을 가진 기구임을 입증하며 문화도시의 컨트롤타워로써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 이것이 예비도시로 진입하기 위한 실험대에 놓인 담양군의 과제로 보여진다. 이 상황의 극복이 어렵다면 문화도시추진센터를 독립기구로 별도 설립하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 결정 또한 주민의 힘으로 합의하여 이뤄진다면 11월의 응답이 자못 감동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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