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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추월산 길라잡이(제16화)강성오 작가

■ 1594년 3월

<16화>
 민경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능주와 남자를 갈마보았다. 그리고는 왜 이제야 오는지 능주에게 물었다. 능주는 먼저 남자를 민경에게 소개했다. 떡배라고 했다. 민경이는 허수룩한 떡배 차림새를 보고 하인이리라 짐작했다. 떡배가 민경이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능주는 담양 부사가 찾아와서 나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리가 서찰을 쓰는 시간만큼 늦었다며 민경에게 서찰을 건넸다. 
민경이는 선 채로 서찰을 읽었다. 서찰을 읽다 말고 떡배에게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민경이는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연인지, 능주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민경이를 보았다. 글을 읽을 줄 알았다 해도 서찰을 펼쳐보지 않았겠지만, 글을 모르니 서찰을 펼쳐 보았다 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것이다. 덕령이가 말해주지 않았을 테니, 민경이 마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무슨 내용인지 깜깜할 것이다. 

 민경이는 서찰을 접고 궁금해하는 능주가 아닌 떡배에게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서 왜군에게 잡혀있다고요?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민경이는 떡배에게 존댓말을 썼다. 여태 능주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았다. 유년시절부터 하대하시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은데 어찌 그럴 수 있냐고 하대를 하지 않았다. 떡배 나이도 자기보다 더 들어보였다. 나이나, 미안한 마음의 유·무를 떠나, 신분의 차이를 알아도 처음 본 사람에게 하대하고 싶지 않았다. 
  “나리께서 드실 조반을 손님께 드리라 하셨네요. 먼 길 가셔야 한다고 밑반찬도 좀 챙겨 달라 하셨습니다.”
  
 민경이는 덕룡에게 보낼 쟁반을 떡배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데워서 드리겠다며, 다시 달라고 했다. 떡배는 황송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몰랐다. 데우지 않아도 되고, 주지 않아도 괜찮다며, 나리에게 드리라며, 그저 허리만 연신 굽실거릴 뿐이었다. 민경이는 죽을 데워서 들고 나와 나리 뜻이니 괘념치 마시고 안에 들어가서 드시라고 했다. 능주에게는 다시 죽을 쑤는 동안 기다리라고 했다. 민경이는 서둘러 광에서 쌀과 녹두를 꺼내 다시 죽을 쑤었다.
 능주도 떡배에게 더 식기 전에 먹으라고 재우쳤다. 떡배는 황송해하다 민경이의 거듭된 권유에 행랑채 마루에 걸터앉아 죽을 먹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죽을 먹으면서도 생 녹두를 씹은 것처럼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덕룡이와 겸상을 하고 있는 듯한 불편함이었다. 덕룡이가 먹을 죽이었으니 어찌 보면 겸상인 것도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능주도 어색함이 밀려왔다. 아직 능주는 덕룡이와 겸상은커녕 같은 방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민경이를 따라온 지 어언 7년이 지났지만 말이다. 덕룡이와 민경이가 식사를 마친 후에야 따로 밥을 먹곤 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침을 마친 떡배가 민경리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민경이는 떡배에게 작은 보따리를 건넸다. 떡배가 부산까지 가는 동안 밥을 지어먹을 쌀이 들었을 것이다. 민경이는 떡배에게 보자기 안에 은전 몇 닢도 넣었으니 긴요할 때 쓰라고 일렀다. 아끼고 아꼈을 텐데, 떡배를 위해 선뜻 내 준걸 보고 참으로 도량이 넓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덕령이가 서찰로 지시를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민경이를 우러러보았다. 떡배는 더욱 황송한 표정으로 허리를 굽실거렸다. 부모님이 풀려나는 즉시 다시 찾아와 은혜를 갚겠다고 맹서와 같은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서기 전에, 근행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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