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1587년 4월

“광옥아, 이제 그만 가야지?”
  민경이가 광옥이를 안으려 했다. 광옥이가 민경이 품에서 발길질을 하며 보챘다. 민경이는 광옥이를 돌에 내려놓았다.
  “외할아버지가 많이 기다리실 거야. 얼른 가자.”
  이십여 분이 지나자 민경이가 광옥이를 또 안아 올렸다. 광옥이는 돌을 가리키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어찌나 거칠게 몸부림치는지 민경이는 힘에 겨워 광옥이를 다시 돌에 내려놓았다. 광옥이는 돌에 내린 순간 울음을 그치고 좋다고 방방 뛰었다.
  “이러다가 해 넘어가겠다. 돌아오는 길에 충분히 놀게 할 테니, 어서 가자꾸나.”
  
민경이가 광옥이를 안으려고 다가가자 광옥이는 돌에서 훌쩍 뛰어내려 저만치 달아났다. 돌에서 떠나기 싫은 표정이 역력했다. 민경이는 난처한 표정으로 광옥이를 한참이나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광옥이가 곁으로 오지 않자 능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저하고 친정에 좀 다녀오실까요?”
  민경이가 능주에게 말했다. 덕령이에게는 친정에 다녀올 동안 광옥이와 있으라고 했다. 덕령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광옥이가 바위에서 떠날 생각이 없으니 돌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친정으로 가서 돌을 싣고 갈 달구지를 가져오기 위함이랬다. 친정에서 보름간 머물 예정인데, 그동안 광옥이가 돌 위에서 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덕령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다녀오라고 했다. 
  
친정 대문 앞에 도착했다. 대감이 우리 공주님께서 왜 이제야 오시느냐며 대문 밖에서 양팔을 활짝 벌리고 민경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찌나 공손한지 진짜 공주가 방문한 것 같았다. 대감 체면에 어울리지 않은 마중이었다. 녀식이 보고 싶어도, 뒷짐을 지고 헛기침을 하며 가끔 문을 열어보거나, 통시를 핑계로 들락날락하며 대문 밖을 힐끗거리는 게 대감에게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다른 대감들이 흔히들 그렇게 하니까. 민경이는 워낙 익숙한 탓에 놀랍지도 않았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마치 명절이나 된 것처럼 하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장만했다. 모처럼의 방문이라고 명절 때보다 더 푸짐한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대감은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바꾸고 광옥이와 덕령이를 찾았다. 민경이는 능주에게 이바지 음식을 대청마루에 내려놓게 하고 대감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리고는 돌을 싣고 올 거라며 달구지를 내어달라고 했다. 
  
웬 돌을? 대감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는 길에 광옥이가 탐내는 돌이 있었는데 달구지로 싣고 올 거라고 민경이가 대답했다. 대감은 껄껄 웃으며 흔쾌히 달구지를 내주었다. 민경이는 돌이 크고 무거워서 능주 혼자 달구지에 싣기에 어림없다고 생각해 집안의 남자 하인 2명과 이웃집 하인 2명을 데리고 친정을 나섰다. 능주는 달구지를 끄는 소의 고삐를 잡고 걸었다. 달구지에는 돌을 실을 때 쓰려고 지렛대, 튼튼한 밧줄, 괭이, 삽, 곡괭이, 낫, 통나무 등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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