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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추월산 길라잡이(제19화)강성오 작가

<19화>
■1587년 4월

돌 옆에 달구지를 세웠다. 광옥이는 돌 위에 누워 있었다. 민경이가 돌을 가져갈 거라고 하자 광옥이가 순순히 민경이 품에 안겼다. 장정 다섯 명이 달구지에 돌을 실으려 했다. 다섯 명이 들기에는 턱도 없었다. 흔들리는 이빨처럼 살짝살짝 움직이긴 해도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덕령이가 달라붙어 도우려 했지만 능주가 말렸다. 혼례 후 처음으로 처가에 가는데 먼지나 흙 묻은 옷을 입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덕령이는 미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능주는 곡괭이와 괭이로 돌 주위를 팠다. 지렛대로 돌 아래 틈을 만들어 튼튼한 밧줄을 넣어 묶었다. 밧줄에 통나무를 묶고 나서 들어보려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다섯 명이 동시에 힘을 썼지만 들 수 없었다. 근동 남자들을 더 데려오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민경이가 사람을 더 불러오겠다고 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얼굴에 짙게 묻어났다. 농사 준비로 다들 바쁠 것이고, 다른 방법이 있다며 능주가 민경이를 말렸다. 

  능주는 일행에게 주위를 달구지 높이로 파서, 돌을 들지 말고 밀어서 싣자고 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반기는 표정은 아니었다. 발길에 굳게 다져진 땅을 파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랐다. 널리고 널린 게 돌인데, 집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돌인데, 굳이 먼 곳에서 가져가려는 것이 불만인지도 몰랐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썩 내키지 않은 표정임에는 틀림없었다. 자기 주인의 지시라면 감히 드러낼 수 없는 태도였다. 신분의 차이가 없는 능주가 부탁했다면 쓸데없는 일에 헛심 쓴다고 비아냥대고 돌아갈지도 몰랐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정말로 평범한 돌에 불과했다. 광옥이와 민경이에게만 특별했다. 
  
 하인들이 미적거리자 민경이가 정중하고 공손하게 부탁했다. 서둘러 마무리하자고. 먼저 능주가 곡괭이를 들고 돌 주위를 파기 시작했다. 다른 하인들도 마지못해 거들고 나섰다. 괭이로 파고, 지렛대로 깊이 박힌 작은 돌을 파냈다. 삽으로 흙을 옆으로 퍼낸 이도 있었다. 다들 비지땀을 흘리며 삼십 분 넘게 땅을 팠다. 민경이가 중간중간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하인들은 하찮은 돌 때문에 고단할 때까지 땅을 파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는 표정이었다.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특별히 부탁하지 않았다면 도구를 집어 던지고 돌아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드디어 달구지 높이와 돌 높이가 엇비슷했다. 달구지를 돌 앞에 세워놓고, 다섯이 기를 쓰고 밀어서 돌을 달구지에 실었다. 돌이 달구지에 실리자, 민경이가 보자기를 풀어 광목을 꺼내 돌을 덮었다. 덮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 굳이 덮는 것을 보고 능주는 정말로 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가 달구지를 끌고, 하인들이 달구지를 밀었다. 달구지가 덜커덕덜커덕 움직였다. 무게 때문에 삐걱거리기도 했다. 작은 둔덕을 만나면 소가 힘에 겨워 걸음을 멈추었다. 하인들이,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달구지를 힘껏 밀었다. 능주는 코뚜레를 잡고 끌어당겼다. 달구지가 겨우 둔덕을 넘었다. 길에서 만난 한 노파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달구지를 보았다. 광목 속에 시신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얼핏 보면 덩치 큰 시신을 덮는 모습 같기도 했다. 돌이라는 말을 듣고 노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갔다.
  
 힘들게 친정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달구지에 실린 게 이바지 음식인 줄 알고 구경삼아 모여들었다.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달구지에 다가갔지만, 돌이 실린 걸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있었다. 여자들이 더 관심이 많았지만 남자도 있었다. 그가 돌을 보고 말했다. 근행석이라고. 시집간 후 친정으로 나들이하는 걸 근행이라 하고, 근행할 때 가져왔으니 근행석이라 부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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