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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22)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예비 문화도시의 출발을 위하여

문화도시를 향한 여정은 크게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었다.
지역이 지닌 내재적 가치를 어떻게 보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향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잘나가는 도시로서 담양은 언제나 그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의 가장 주된 이유는 도시의 지향성을 생태도시에 두었던 것으로 풀어 볼 수 있다.

산과 강이란 자원은 전국 모든 도시가 지니고 있고, 심지어 대부분의 도시 심벌 마크가 산과 강으로 점철되었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획일화된 자산이었다. 담양은 이런 산과 강을 타자적 관점에서 지켜만 보던 시각을 일찌감치 탈피했다. 활용 가능한 자산이자 가치를 더욱 고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연을 바라 보았던 것이다. 죽녹원이나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담양습지, 담양호, 광주호를 낱개의 대상으로 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더욱 공생하는 매력물로 승화 시켰던 것이 주효했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환경과 친화된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미지 자체가 소비되는 시대에 선한 역할을 도맡아 오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강화된 도시 이미지는 지역의 정체성으로 등급이 올라가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유하는 논리의 근거가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인문학 도시는 그런 점에서 담양이 지향해야 할 다음 가치로 유효한 전략이었다.
자연의 날것에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관점이 형성되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터무늬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이 인문학이라 쉽게 해석할 수 있다. 소쇄원의 48영이나, 식영정의 20영, 면앙정가 같은 싯귀속에 내재된 것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조응하고 감응하는가가 담겨 있다. 자연을 읽고 배우고 공감하는 사이에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간다. 이 모든 것을 논하고 학습하고 공유하는 자리로서의 인문학 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문화도시에 도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담양 곳곳에서 진행된 풀뿌리 공동체와 관련한 활동은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더욱 공고화 하게 만들었고, 도시재생과 관련한 사업 속에서 사적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 사이에 갈등이 공개된 자리에서 논의되고, 때론 좌절하고 때론 해결되는 경험까지 축적하게 되었다. 이런 내 외부적인 조건이 도시 전체를 문화로 사고하고, 논쟁하고, 해결하고, 실천해 가는 방식의 문화도시를 향한 걸음에 자양분으로 작동된 것이다.

기존의 법정 문화도시가 12개였고, 금년에는 6개의 도시(영등포, 수원, 밀양, 공주, 익산, 목포)가 본 도시가 되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지켜 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어지럽다. 18개의 법정 문화도시 중에서 군 단위가 된 곳은 유일하게 전북 완주군이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모무 인구 10만이 넘는 시 단위들이란 점이다. 완주군의 경우는 일찌감치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수많은 실험들을 거치고 전국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자치 공동체로 인정을 받고있는 지역이다. 담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가장 먼저 개발한 고장이 완주이고, 생애기술을 적정기술로 치환하여 다양한 생활의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화하는데 앞장섰던 도시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하여 이주민 가정이 지역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거점을 확보하고 이용하며 서로의 비빌언덕이 되어 주도록 이끌어간 도시도 바로 완주이다. 언뜻 담양과 공통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관심 갖지 않은 영역에서 주민자치의 선도적 역할을 해 왔던 경험이 문화도시로 습합되며 시너지를 발현했다 할 수 있겠다. 너와 내가 관계를 맺으며 친해지고, 무언가를 도모하고, 문화적으로 실천하는 연관 도시 담양은 완주군의 사례와 견주어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담양 사람으로서 사족없이 몇가지의 제언을 드린다.

첫째, 담양군 행정은 문화도시를 위해 보다 문화적인 행정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각 부서의 업무중에서 문화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거버넌스를 형식이 아니라 실행의 장으로 활용하는 일상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 불안정한 예비문화도시의 재원을 안정화 해야 한다.
모든 재원은 지역의 문화자치를 위해 쓰이는 것임에도 현재의 5억 정도로는 사람을 초대하고, 스스로 실천해 보며, 공유하는 자리에 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예산이다.

세 번째, 담양문화재단과 문화도시추진단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
문화재단의 직무를 정확히 분석하고 역할과 기능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거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의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재단과 추진단의 정원을 더 늘려 도시의 문화력을 향상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아울러 담양군의 더 큰 미래를 생각한다면 추진단과 재단의 어정쩡한 공생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깊게 살펴 봐야 한다.

2021년 정말 부지런히 달려온 담양군 문화도시추진단 3명의 직원과 이를 지원하며 나아가게 한 담양군 문화재단, 이런 생소한 환경에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 준 담양군 문화체육과 관계자 분들의 노고가 2022년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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