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환수 칼럼위원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후보들을 검증하는 방송 토론이 시작되고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때부터 국내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들이 자주 인용하는 고사(故事)가 있다. 바로 공자가 노나라의 관료였던 소정묘를 극형에 처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고사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은 과연 인과 예를 강조하며 성인 대접을 받았던 공자가 이렇게 까지 잔인하게 사람을 처벌하는 불관용의 인격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뚜렷한 결론없이 어떤 사람이 정치인으로 선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편적인 사례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 한 달이 남지 않았고 3개월 후면 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필자 역시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가 인물을 평가할 때 이런 점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일부의 측면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역 내 우수 언론지에 이 이야기를 게재해보려 하는 것이다. 

공자 논어에도 나오지 않고 한참 뒤 순자의 유좌편을 비롯한 여러 출전(出典)에 기록된 소정묘 사건은 이렇다. 
소정묘(少正卯)는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대부(大夫)라 불리는 관료로 재직 중이었는데 공자가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형법을 책임진 사구(司寇)가 되자마자 7일 만에 소정묘(少正卯)를 정치문란 이라는 죄목으로 처형하고 잔인하게도 3일 동안 시신을 궁정에 내걸었다. 이에 제자들이 깜짝 놀라 혹시 잘못된 처형을 하지 않았는지 공자에게 물었고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처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에게 악한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마음이 두루 통달해 있으면서도 음험한 것,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면서도 고집스러운 것, 셋째는 말에 거짓이 있으면서도 그럴싸하게 말을 잘하는 것, 넷째는 알고 있는 것이 추잡스러우면서도 박식한 것,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다. 

무릇 어떤 사람이 이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만 갖고 있어도 군자의 처형을 면할 수 없을 것인데 소정묘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곳에는 따르는 자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었고 그의 말은 사악함을 꾸며 여러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으며 그의 실력은 올바른 사람을 반대하면서 홀로 설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자는 소인배들의 걸웅(桀雄)이라 할 수 있으니 처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른바 꼭 죽여야 할 사람은 낮에는 강도짓을 하고 밤에는 담을 뚫고 들어가는 그런 도둑이 아니다. 바로 나라를 뒤엎을 그런 자가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바로 군자들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하는 자이며 어리석은 자로 하여금 미혹에 빠지게 하는 자이다.”

서두에서도 피력했지만 이 이야기의 진위나 배경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소정묘는 당시 신흥 지주계급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면 공자는 구체제의 회복을 꾀했던 사람으로 그런 가운데 벌어진 정치싸움이었다는 일부 견해가 말해주듯 진실 여부를 떠나 오늘날과 같이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것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정치인이나 자신의 허물을 덮거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묘한 거짓이나 위선적 행태를 보이는 후보들은 투표권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사람 한 명 잘못 뽑으면 나라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몇 년을 고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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