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지역사회 공동체일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일상과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새 코너를 마련해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하고 행복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새코너 【더불어 사는.... 다문화가족】은 ‘세계문화체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본지 양홍숙 전문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정보와 내용을 월1회 지면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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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의 첫 외국음식 ‘베트남 쌀국수 🍜 ’

나는 1989년도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결혼했다. 결혼식장은 냉방시설이라고는 선풍기를 돌리는 것뿐인 곳이었다. 신부는 땀이 많은 신랑의 이마에 맺히는 땀을 닦아주고 이것을 본 하객들은 미소 지으면서...
남편이 프랑스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방학 기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 파리의 단칸방에서 사는 가난한 유학생 부부로서 사치라고 한다면 외식하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을까,
그때 갔던 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에 있는 ‘통키누아’라는 베트남 식당이었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았고 맛도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즐겨찾는 곳이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아는 소고기 쌀국수·비빔국수·덮밥류를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그곳에는 더 다양한 요리들이 있었지만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남편 체질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국물이 좋은 소고기 쌀국수를 자주 먹었다. 

그때 6년 이상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지금 한국 이곳저곳에서 맛보게 되는 쌀국수 중 어느 곳이 더 맛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지금 나는 ‘세계문화체험연구소’라는 단체를 이끌면서 50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덕분에 각 나라의 의상·놀이·춤·직업 그리고 요리 수업을 진행한다. 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문화이해교육 전문강사로서 어떤 기관이든지 신청만 하면 이주민과 함께 찾아가 무료로 교육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베트남 친구들과 문화체험 수업하면서 또 친구들 집에 가서 가정식 쌀국수를 먹어본 경험까지 더해져서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이주민 친구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과 생활방식 등의 문화를 부담없이 물어보면서 알아가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기쁨이기도 하고 나의 세계문화체험 수업의 중요한 소스이기도 하다. 
2년 이상 코로나로 인해 외국 여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요리를 먹으면서 상상 속에서 여행을 펼쳐보고 싶어 오늘은 혼자서 재료를 챙겨 쌀국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물론 베트남 친구들의 조언도 받아서 말이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를 뒤지니 프랑스 친구 ‘따이스’ 네덜란드 친구 ‘토마스’ 파키스탄 친구 ‘카울라’ 에콰도르 친구 ‘아라셀리’ 태국 친구 ‘사앗’ 베트남 친구 ‘흐엉’ 중국 친구 ‘진진’... 이 친구들이 나에게 준 향신료와 말린 음식 재료를 잘 보관해둔 덕분에 본토 맛을 내는 쌀국수 육수에 필요한 10가지 향신료를 준비할 수 있었다.
보통 가정에 이렇게 준비하기 어려우니 ‘포 플레이버 플러스(쌀국수 국물용)’라는 향신료 모음 팩을 사용하면 좋다.

쌀로 만든 국수의 탄생은 원래 밀가루 국수를 먹던 중국의 중원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밀 대신 쌀로 국수를 만들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렇게 쌀로 만든 국수를 먹던 베트남 사람들은 소고기를 사용해서 만드는 프랑스의 요리 ‘뽀또프(pot-au-feu: 소뼈와 소고기를 이용해서 육수를 내고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 함께 먹는 요리)’ 영향을 받아 소고기를 사용한 국수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쌀국수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퍼 가(닭고기 육수), 퍼퍼 또옴(새우 육수), 퍼·퍼 보(쇠고기 육수), 퍼·퍼 엑(개구리 육수), 퍼·퍼 해오(돼지고기 육수) 등이 있다.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개인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기가 붙어있는 사골이 육수용으로 좋다고 한다. 나는 오늘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는 사골 대신 ‘스지’, 고수 대신 박하 애플민트·레몬 대신 식초 몇 방울을 사용한다. 숙주나물은 없어서 빼기로 했다. 액젓과 간장은 내가 직접 담근 것이라 맛을 보장할 수 있다.

■ 내가 만들어 본 방법 (3인 기준)

1. ‘스지’를 약간 센 불에서 40분 끓여 간장·설탕·액젓·마늘·양파로 양념을 하고 고기는 얇게 썰어 놓는다.(내가 가깝게 지내는 베트남 친구들은 보라색 쪽파 씨와 토마토를 약간 타질 정도로 불에 구워 넣어 고기 육수를 끓인다.)

2. 향신료 팔각·고수·큐민·후추·회향·캐러웨이·산초·카르다멈·정향·월계수 잎·육두구·계피 등을 20분~1시간가량 끓인다.(선호하는 향신료의 강도에 따라 양과 끓이는 시간을 달리한다.)

3. 향신료 물과 고기 육수를 섞어 끓여 물에 잠깐 불린 쌀국수를 넣고 끓여 부드러워지면 불을 끈다.

4. 대접에 국수를 담고 고기를 올린다. 박하와 붉은 고추로 장식하고 국물을 끼얹는다. 식초 몇 방울을 넣는다.
 

금방 만든 따끈따끈한 쌀국수로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95점이라고 했다. 남편이 주는 나의 요리에 대한 점수는 원래 후한편이 아닌데...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2~3배의 레몬과 고수를 넣고 먹을 만큼 외국 음식을 좋아한다. 오늘 몇 가지 재료가 빠지기는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2년째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고 사는 여러분, 오늘 저녁 여행 대신 외국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한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양홍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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