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적인 관광조직이 생성되어야 할 시기

광주와 대전을 둘러싸고 “노잼도시”라는 이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재미가 하나도 없는 도시라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말을 언급하는 것이 정말 속터지도록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적인 삶을 살아오다 시대의 격랑을 만나 오늘과 같은 첨단 문명의 사회에 사는 이들에게, 예컨대 복합쇼핑몰이 있느냐 없느냐? 테마파크가 존재하느냐? 유명 브랜드의 명품 매장이 있느냐? 운전면허시험장이 있느냐? 이케아가 있는가? 같은 것에서 재미남이 없는 도시를 규정하는 모습이다.

 거기에 더해 오래전부터 성행하던 이야기는 외부에서 친구가 왔을 때 이들을 모시고 갈 지역의 유명한 명소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 이들과 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반나절이라도 보낼 수 있는 공간 등이 또 질문의 대상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광주에서의 답이 찾아지지 않으니 많은 이들은 담양의 죽녹원과 소쇄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메타프로방스를 꼽는다. 광주는 아니지만 광주와 인접해 있으니 여기라도 좋다는 뜻이겠다. 지방자치시대의 자치단체는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까지 겸하는 상황이 되었고,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을 세우겠다는 현수막이 나부낄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 정체성에서 돌이켜 볼 여지는 대세몰이에 묻혀 버린 어지러운 과정이지만 우리 스스로는 왜 여기에 도달했는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유지해 온 지역에서는 모든 일상들이 공동체의 시간속에서 움직인다. 대가족 제도를 유지해왔던 기반에는 농업기반 사회의 사회구성체가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일손이라도 심지어 부지깽이도 한몫을 하는 농번기의 농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생애를 살아왔던 세대들이 아직 이 사회의 중심에 존재한다. 그들에게 축제는 농사절기에 기반한 것이 축제의 모든 것처럼 작동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논다는 것은 꿈꿔보지 못한 일이다. 하물며 공동체를 떠나 개별적 자아의 성취감에 모든 것을 몰입해 가는 것은 숱제 생각해 보지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이들의 자식들은 얼굴을 마주 보는 것 보다는 인터넷 환경에 더 익숙하고, 현재적 자아와 추구하는 자아를 구별하는 부캐가 더 익숙한 세대이다. 이들이 자라난 환경에서 논두렁은 비닐하우스로 바뀌었고, 고등학교도 겨우 보내며 일을 떠나본 적 없는 할아버지를 지켜봐 본 경험이 부재하다.  같은 지붕 아래 있지만 생각이 다른 세대와 우리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다른 성장환경을 이해해야 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격다짐으로 나 때는 이라고 말하게 되면 이들과 마주하고 이야기할 기회 마저 박탈 당하는 라떼족이 된다. 참 고민 되는 지점이지만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아울러 담양은 이런 세대의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응대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가장 관행적인 방식으로 해왔던 경험치로 대하는 방식은 전면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트렌디한 세대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인증샷을 남기는데 열정적이고, 명소와 맛집을 선호하며, 죄다 모든 것을 섭렵하는 것이 아니라 골라서 즐기는 스넥컬쳐 문화에 익숙하다. 물건을 사도 다발로 사는 것 보다는 낱개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소분시장에 가깝다. 

 그간 관광정책을 주도했던 것이 담양군의 행정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에서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대응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것을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조직을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 
몇해전 담양군에서 관광관련 사업체의 주역들이 협의체 조직을 만들고 나름대로 자격증을 구비하고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며 활동가들 중심으로 움직여왔었다. 이제 그런 실제적 경험을 가진 이들과 논리적인 방식을 지닌 이들, 마케팅의 전문가, 청년세대 등이 아우러진 관광 마케팅 조직을 꾸려 나가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문화체유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DMO관련 조직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에 사업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공모를 통한 방식이지만 전라권역에서 담양 만큼 선도적으로 관광정책을 리드해 온 지자체는 찾아 보기 힘들다. 이미 지역내에서 몇 지자체가 관광조직을 만들었지만, 우스꽝스럽게 그 조직의 수장이 자치단체장과 이름이 같다. 자조적인 민간단체는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시민사회의 성장은 도시재생, 문화도시 등을 통해 그 어느때보다 고무되어있다. 이제 관광조직의 민간단체의 태동과 성장에 힘을 모아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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