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알기1/ 담양이야기(45) 담양의 3.1운동②

▲ 격동기의 진상(책)

● 물감으로 태극기 그려 곳곳에 숨겨
임기정 씨와 정기환 씨는 서로 의논하여 격문을 작성했다.
“학(조선)이 와서 집을 짓고 편이 사는데 관조(일본)가 불의에 와서 강제 탈거하였다...”
일제를 비난 규탄하고 독립만세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격문이 힘차게 붓 끝에서 피어났다.
김탑쇠의 방에는 태극기가 수북히 쌓였고 대나무를 깍아 깃대로 만들었다. 이불과 담요로 방문을 막아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한 이들은 동이 틀 때서야 살며시 빠져나와 각자의 집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인 17일 밤에도 이들은 태극기와 격물을 밤새 만들어 18일 새벽, 시장 입구의 사방에 격문을 붙이고 시장안 상점의 초가 지붕과 개울 등 요소요소에 태극기를 감추고 집으로 헤어졌다. 이날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 이들은 피로에 지친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들은 헌병 분견소의 야마다 소장을 비롯한 헌병들이 이미 체포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줄을 꿈에도 몰랐다. 

“새벽에 태극기를 시장안에 감추고 돌아와 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마구 나를 흔들어 눈을 떠보니 헌병 보조원과 야마다 소장이 서 있었는데 놀라움과 함께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음을 순간 알았지요. 고함과 함께 구두발과 주먹이 앞 다퉈 사정없이 날아왔고 결국 분견소로 끌려 갔지요. 각 면에서 연락차 나간 정경인 씨 등 모두가 이미 끌려왔더군요.”
밀고자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와 억울함이 교차하는 당시를 더듬어 이야기 하는 이들의 이마에는 겨울 날씨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당시 10개월의 옥고를 치른 장한진 씨(81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담양관내 한국인 면장이 밀고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그후 한참 뒤였다. 그러나 이날 보통학교 생도를 중심으로 오후 2시에 담양시장은 만세 소리로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들은 아련히 들리는 만세소리를 들으며 눈물만 글썽일 뿐이었다.(출처: 격동기의 진상/담양향토문화연구회)
/ 담양뉴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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