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6)
담양뉴스는 2022년 새해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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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부미인 복숭아꽃차(도화차)

잔잔한 음악 같은 봄비가 대지를 적셨다. 
봄, 어쩌면 개나리와 진달래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는 계절이다. 하지만 분홍빛으로 몸단장을 끝낸 복숭아꽃이 내 시선을 잡아 묶는다. 
친정 큰언니의 볼은 복사꽃처럼 발그레 예뻤다. 그래서 복숭아꽃이 분홍빛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어여쁜 언니가 불쑥불쑥 옆에 와있다. 추억을 더듬으며 복숭아꽃이 피는 곳으로 달려간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꿈처럼 꽃잎이 피어나면 닫았던 마음을 활짝 열어 분홍빛을 그대로 담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서울에서 교육을 하기 위해 열차를 타던 시기가 있었다. 
새벽이 걷힐 무렵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복사꽃은 늘 내 마음을 설렘으로 물들이곤 했다. 매년 이맘때면 머릿속으로 복숭아꽃지도를 펼친다.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얼굴을 내밀던 복숭아꽃, 올해도 전국의 복숭아 풍경을 그려본다.

 천 평 남짓의 앞밭에도 복숭아꽃이 피었다. 피어나는 과정을 보고 즐기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또 하나의 먹을거리가 되어야 하기에 일부를 솎아서 채취해야 한다. 복숭아꽃을 구하기 위해 열매는 포기한다. 나무에서 열매가 아닌 꽃을 사용하다보니, 더욱이 일체 농약 없이 예초 작업만 하며 자연농업으로 재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혹 벌레나 벌레알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수확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병해충으로 부터 자유롭지도 않아 수고로움이 적지 않지만, 나와 내 가족이 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어 판매하자는 것이 나를 비롯한 수많은 농부들의 마음이리라. 
현실적으로 따라주지 못한 애로사항은 어느 경우든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의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에 30년 째 변치 않고 지금도 고수하고 실천하는 부분이다. 
    
 꽃차가 복숭아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경북 청도 복숭아시험장과 인연을 맺었던 적이 있다. 
시험장 안 무릉도원에서 축제 행사 기간 중 농가들을 대상으로 복숭아꽃차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였다. 교육 중 꽃차를 한 잔 씩 권해드렸더니 마시기도 전에 꽃차를 사양하는 분들이 있었다. 일부 교육생분들이 행사 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전 미팅 때 복숭아꽃의 활용도를 전달 받은 시험장에서 일종의 실험해보고자 복숭아설기떡을 만들었다고 했다. 복숭아꽃이 많았던 시험장에서는 생꽃을 듬뿍 넣어서 떡을 했고 이내 푸르스름한 설기떡이 완성되었다. 이상하다며 폐기할 것을 논하던 중 직원 중 한 분이 조금 떼어 먹어보니 ‘맛있었다’고 하여 원하는 분들이 조금씩 나누어 가지고 가서 드셨는데, 그 중 대다수가 설사를 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복숭아꽃차는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에 주의를 요한다. 원래부터 먹고 마시는 일은 언제나 사람의 몸에 맞게 적절히,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꽃차도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내게 맞는 꽃차의 적당량(용법, 용량을 참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변비와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많은 여성분들이 살을 빼는 목적으로 양을 늘려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복숭아꽃차는 과다 섭취 시 체질에 따라 탈수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정해진 양으로 즐기며 마시는 꽃차가 되길 희망한다.
    
 복숭아꽃은 막 개화하는 상태의 꽃을 따는 것이 좋다. 꽃을 채취하여 이물질을 제거하고 바구니에 얇게 펼쳐서 한 시간쯤 두면 바구니 밑부분에 애벌레들이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복숭아꽃은 반드시 살청과정이 필요하다. 적은 양이라면 전자레인지에도 가능하다. 전자레인지 판에 복숭아꽃을 얇게 펴고 데우기에서 기본 1분을 눌러 확인해보면 바닥면에 땀방울이 생긴다. 그 부분이 없어야 해동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따라 1~2회면 땀방울이 사라진다. 그 다음에는 해동에서 반복 건조하면 약 15분이면 살균과 살청이 확실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을 끓여서 수증기에 40초씩 3회 반복해서 찌는 방법으로 살균과 살청을 한다. 찐 후에 얇게 펴서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건조하면 실온에서 7~10일 정도 소요된다. 식품건조기에서는 43℃에서 30시간이면 건조가 완료된다. 완성된 꽃차는 잔여수분을 확인하여 병립한다. 복숭아꽃 7~8송이를 300ml 다관에 넣고 100℃의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단맛과 차가운 듯한 깔끔함은 봄비가 내린 뒤 복숭아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처럼 마음속에 청량함을 가져다준다.
    
 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아침, 군불을 피워 싸늘한 공기를 데우고 복숭아꽃차를 한잔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피어나는 분홍빛 복숭아꽃을 떠올리며 피부미인이 되는 행복한 시간을 즐겨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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