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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 마을의 지속을 위한 조건 하나김옥열 칼럼위원/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고향마을에 가 밭둑에 앉아 쑥을 캐다가 별 생각을 다했다. 아직도 시골 쑥은 깨끗할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의문이 농촌의 미래로까지 복잡하게 이어졌다.

농촌 마을이 살아남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것 같다. 인구가 줄고 있고,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어지간한 마을은 ‘소멸’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인 것 같다. 실제 지금 모습은 마을에 70~80대 노인들만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고 그 분들이 돌아가시면 마을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빈집이 늘어가는 시골 마을들을 보면 그런 전망이 더 확실해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진짜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그런 일은 벌어질까? 난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다는 데 한 표를 준다. 물론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인 수준은 아닌 듯 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농촌 마을, 붕괴하고 있는가

필자의 고향 마을도 대도시에서 한참 먼 농촌이다. 100호를 훌쩍 넘겼던 그 마을도 이젠 거의 반토막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것도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최악의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어느 사이엔가 외지에서 귀농 또는 귀촌한 분들도 몇 분 계시고, 또 부모님이 돌아가신 고향으로 돌아온 자식세대들도 몇 분은 있다.

청년들이 없는 것은 매 한 가지나 그렇다고 외부 유입인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싫증을 느꼈거나 고향에 대한 정이 있는 이들의 귀촌현상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골마을로의 인구 유입도 아주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도시로의 집중 못지않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길항작용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도 있는 게 사실이고…. 이런 현상은 대도시에서 가까운 곳이거나 주거여건이나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은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농촌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하루 아침에 마을의 문을 닫는 것 같은 절벽현상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게 내 생각이다. 규모가 점점 작아지긴 하겠지만 마을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 순진한 낙관주의라기 보다는 인간 삶의 건강한 긴장성, 인류의 생존본능과 인류사 등을 감안해 보면 그런 전망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안 고민하면 지속될 수 있어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을 경우 그런 전망은 비관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 국가적인 정책, 지자체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귀촌하는 이들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나 농어촌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쾌적한 삶이 가능한 여러 조건들을 개선해 나가는 게 그런 일이다. 당연히 마을단위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중에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할 일중의 하나가 깨끗한 마을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종량제 봉투 사용, 소각금지가 일상화된 지금도 시골 마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분리수거나 종량제 봉투를 통한 배출보다는 종이는 무조건 태우고, 플라스틱은 적당히 태우고, 생활쓰레기는 일단 태우는 게 여전하다. 해질녘이면 마을 여기저기서 쓰레기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귀찮아서 또는 인식이 부족해서기도 하고 작지만 그 처리비용이 부담스러워 태워버리는 것이다.

마을이 환경적으로 양호하게 보존 유지되는 것 하나만으로도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마을 입구부터 쓰레기가 나뒹굴고, 곳곳에 쓰레기를 태워 악취를 풍기는 마을보다 공기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마을이 이제 경쟁력이 있고, 그런 마을일수록 앞으로 들어가 살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쓰레기 문제 하나로 마을이 지속가능해지리라는 주장은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모여 마을공동체의 아름다운 문화가 생겨나고, 그게 좋은 마을로 발전한다면 느리더라도 인구유인책이 될 수 있으리라. 거창하게 지구환경이나 기후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마을을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 바로 환경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봄 쑥 캐다가 내린 결론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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