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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33)복숭아꽃의 다양한 빛깔고재종 칼럼위원
▲ 고재종 칼럼위원

나희덕 시인의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라는 시에 복숭아나무의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그 나무를 멀리서 보고 알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보통 복숭아꽃을 습관적으로 연분홍빛 정도로 인식해버리지만, 시인은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의 여러 겹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혜안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어떤 꽃이건 그 꽃을 어떻게 하나의 꼭 맞는 색깔로 표기할 수 있는가. 분홍도 흰분홍, 연분홍, 분홍, 진분홍 등 다양하게 말할 수 있고, 나아가 살구꽃과 복숭아꽃과 라일락꽃 등의 분홍도 제각기 조금씩은 다른 게 아니던가. 하지만 우리는 흔히 이런 섬세한 구별보다는 대체적으로 관습화되어 통용되는 표현을 별 생각 없이 따른다.

그런데 이런 무심한 추종이 삶과 세계의 다양하고 풍성한 진경을 놓치고 획일화된 대중추수의 길로 빠지게 한다. 칠십 년대 우리는 텔레비전 명화극장에서 주말마다 인디언을 무참하게 도륙하는 ‘서부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 때문에 어느 소설가는 자기 소설에서 ‘내 마음의 서부’ 의식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했다. 팔십 년대 우리 문단에선 ‘조선낫, 황톳빛’만 들먹이면 누구나 민중시인 대접을 받던 적이 있다. 그 바람에 처음으로 ‘황톳길’이란 시를 썼던 김지하 시인의 ‘비극적 서정’마저 그만 빛이 바랠 뻔했다.

말도 많은 세기말을 지나 이십일 세기에 들어선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그 초반엔 온 나라 국민이 ‘붉은 악마’였고, 또 희대의 사기꾼 ‘황우석’ 이야기가 판을 쳤다. 그러다간 또 4대강과, 대통령 탄핵 열기와, 광화문 촛불이 날이면 날마다 켜져서 그 덕으로 문재인 정부는 “손 안 대고 코풀 듯이” 정권을 잡았다. 그뿐인가. 민주당은 무려 180여 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온 나라 정국을 완전히 손아귀에 쥐었다. 그만큼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믿었기에 표를 몰아주며 정치를 잘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랬던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정권을 홀딱 뺏기고서, 이제 대통령 임기를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후다닥 ‘검수완박’인가 ‘부패완판’인가 하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 하는가. 그것도 다수 여당의 입법독재를 통해서 말이다. 양향자 의원의 전언대로 그들은 도대체 20명, 아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패를 저질러서 그들의 감옥행을 막으려고 막판에 애를 쓰는가? 

21세기 초반부터 줄기차게 외쳐져온 ‘세계화’라는 것이 거기에 따르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용어와 함께 온 국민을 편의주의나 획일주의로 내몰고 생산과 효율이라는 가치만을 지상명제인 양 부르짖게 했던 터. 그러니 한 개인의 마음에도 여러 빛깔이 있듯 삶과 문화에도 서로간의 차이에 근거한 건강한 다양성이 있다는 것을 말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180여 명의 국회의원 하나 하나가 ‘검수완박’이라는 슬로건 아래 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뭉칠 수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토록 순수와 순정의 사람이라고 믿었던 운동권 정부와 여당의 추잡한 ‘항문 밑’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의 목숨과 같았던 ‘민주주의’라는 슬로건은 도대체 다 어디 로 갔다는 말인가?

마침 ‘정호영’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조국’을 실껏 비판하려고 했는데, 그것을 완전히 덮어버린 저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똘똘 뭉친 180여 명의 ‘괴물들’을 보아라.  

마치 폭력과 섹스, 금기위반과 패륜, 환상과 엽기, 공룡과 마법들만이 판치는 할리우도 영화나 그것을 흉내 낸 우리나라 블록퍼스터들이 ‘문화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공급되고, 그것을 통해 천문힉적 돈을 거둬들이는 자들만이 판을 치는 요즘 영화판을 보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시대의 진실과 정의, 가난과 장애를 딛는 사랑, 자연 생태의 신비와 소중함, 젊은 날의 꿈과 낭만 등등 우리 모두가 자기 삶에 충실하고 감사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의미의 영화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의 리더라는 정치인들이 ‘그 따위로’ 행동을 하니 자본과 권력만이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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