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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 추월산 길라잡이(제26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1593년 8월 (제26화)            

 덕령이는 기병하려고 무등산 중턱의 주검동에서 한참 무기를 제작하는 중이었다.  민경이는 애간장이 녹아내린 것 같았다. 시숙님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는데 다시 기병하다니. 시묘살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기병이라니. 민경이는 무지개에서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시숙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도 못했는데, 기병하다니. 민경이는 덕령이가 시숙처럼 전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 있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용호상벽을 이루었던 김세근이 전사했고, 그의 아내가 자결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후라 상심이 더욱 깊었다. 
  
 김세근은 종6품의 벼슬아치였다. 왜군의 침략을 대비해 양병설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낙향했다. 낙향 후 백마산 수련골에서 장정들을 모아 훈련을 시켰다. 왜군의 침략에 대비한 것이었다. 김세근이 낙향한 5년 후인 임진년에 왜군이 침략했고, 김세근은 의병장이 되어 의병 500여 명을 이끌고 금산으로 달려가 왜군에 맞서 격렬히 싸우다 죽었다. 김세근 아내는 지아비는 충에 죽었으니, 지어미는 열에 죽어야 사람의 도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김세근의 전사 소식에 민경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뒤숭숭했다.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덕령이도 없이 홀로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기병하지 말라고 애원해도 덕령이가 듣지 않을 것이었다. 기병을 막을 방법을 떠올렸다. 군량미나 무기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그 일에 진력을 다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통사정을 해볼 참이었다. 만나야 말이라도 할 게 아닌가. 덕령이는 여막과 주검동을 오가면서도 집에 발길을 들이지 않았다. 시묘살이 중이니 집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거라고, 민경이는 이해하고 있었다.
  
 민경이가 덕령이의 기병 소식을 들은 시기는 한가위를 나흘 앞둔 아침이었다. 아낙들은 한가위 준비로 분주했다. 아이들은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모두뜀을 뛰면서 즐거워했다. 하나 같이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전란 중이라 예전만 못해도, 왜군이 전라도로 넘어오지 않았으니, 한가위 분위기는 무르익을 대로 익어가고 있었다. 민경이도 차례상에 올릴 제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경이는 덕령이가 아무리 시묘살이 중이라도 한가위 날에는 집에 들를 것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만 조상이 아니고,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 증조모, 고조부, 고조모 등도 조상이니까, 집에 들러 한가위를 맞아 예를 올릴 것으로 보았다. 덕령이를 본다는 생각에 부푼 마음으로 음식 재료를 사 날랐다. 찬장에 나물, 어육, 생선, 과일, 한과, 전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덕령이의 기병 소식을 듣고 음식 재료를 더 준비했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덕령이가 기병하면 덕홍 시숙님처럼 다시 못 돌아올지도 몰랐다. 그러기를 바라는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 만은 덕령이도 그리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명절 음식을 차려줄지도 몰랐다. 찬장에 가득 들어있는 것으로는 왠지 성에 차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갖은 음식을 차려놓고 덕령이를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음식에 설득당할 위인이 아닌 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덧붙여 시묘살이 중에 죽으로만 연명했는데, 그런 몸으로 무기까지 제작하고 있다 하니 기력을 보충해 주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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