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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 【대숲소리】(34)/고서 구간 도로확장 공사와 가로수전고필 칼럼위원(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고서 구간 도로확장 공사와 가로수

▲ 전고필 칼럼위원

점점 더 사람의 공간이 줄어든다. 
사람을 위한다지만 인간의 영역이 밀려난 곳에는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 때문에 인간은 지하보도를 걷거나 하늘 위 육교를 거닐어야 한다. 사람이 걷는 인도는 옹삭하게 줄어들고 그 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하거나 가드레일이 들어서고 있다. 
농경지도 마찬가지다. 
급증하는 관광수요로 도로가 확장되며 사람을 먹여 살리는 농토는 반토막 나고 그 자리에 도로가 들어서는 곳이 부지기수다. 담양 출신 손택수 시인은 그의 “앙큼한 꽃” 이라는 시에서 동네의 평상이 사라지고 난 그 자리에 동백화분이 주차금지 팻말 대신에 커다랗게 놓여 있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그로 인해 다리쉼을 해야 할 배달부와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더 삭막해지고 싸움이 더 늘게 되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가 편하게 가라고 도로를 반듯하게 내놓은 것은 시각적으로 시원해 보이지만, 농사지으며 평생을 구불한 길과 살아온 어르신들에게는 결코 그 속도를 쫓아갈 수 없다. 교통사고는 바로 그런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찾아온다. 
무등산의 국립공원화와 소쇄원, 가사문학관의 명소화 등과 더불어 이동량의 급증이 가져온 887번 지방도의 확장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할 터이다. 포도의 주산지인 고서 일원에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얼마전 담양뉴스에서도 보도된 바 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사람의 공간과 차의 공간을 구분지으며 생명의 안전과 심미적 기능과 대기오염의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 기후조절 기능 등을 감당해 온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배롱나무의 운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90년대 후반 가로수사랑군민연대를 통해 담양에서 금성면 구간의 나무를 지혜롭게 지켜냈던 담양이기에 크게 걱정스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염려는 가시지 않는다. 그때 펼쳐졌던 군민과 지자체의 협력이 한반도의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했던 울림이 지금 인문 생태도시로 자리매김한 시발점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담양은 어느 곳을 가든 경관적으로 우수한 자원이 산재해 있다. 조상들의 혜안이 준 선물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자연적인 조화와 역사적인 의미를 담아 조성해 온 후대의 노력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결코 포장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작로 길에 고사리 손으로 코스모스를 심었던 40여 년전의 기억이 또렷한 길이다. 그 길에 식영정과 명옥헌의 상징과 같은 배롱나무를 심을 것을 발의한 것이 1대 군의원 이었던 현승호 의원이었다. 때론 사고로, 때론 고의로, 때론 자연재해로 나무에 상해가 가면 다시 보식하면서 그야말로 멋진 경관의 가로수길이 되어있었는데, 이제는 공사로 인해 이식되어 운명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일 터이다.

봉산면 면앙정에서 고서면 송강정으로 그리고 가사문학면의 식영정으로 이어지는 길의 가로수는 담양이 주창하는 가사문학의 본향으로서의 진면목을 가장 널리 공감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정평이 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또한 이곳이 담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또렷한 상징목이기도 하다. 이런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과 내력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공감하고 공존하는 도로 확장 공사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여 이제 담양의 모든 가로수에는 그 내력이 세세히 기록되는 이력서를 만들면 좋겠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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