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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 추월산 길라잡이(제27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1593년 8월 (제27화)  

 민경이는 장을 보러 다녀온 후에 주검동으로 향했다. 주검동이 보이는 땅재에서 주검동을 바라보기만 하던 여느날과 달리, 주검동까지 오를 작정이었다. 덕령이에게 한가위 날은 꼭 집에서 차례를 모셔야 한다는 말을, 직접 하고 싶었다. 차례를 핑계로 덕령이를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민경이는 서둘러 걷다 능주 아저씨와 마주쳤다.
  “아저씨가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민경이가 의문에 찬 어조로 물었다. 능주는 덕령이와 주검동에서 무기를 제작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땅재를 헐레벌떡 넘어오고 있었다.
  “꿀을 좀 가지러 왔구먼유.”
  능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한 단지 보내드렸잖아요? 벌써 떨어졌어요?”
 
능주가 어렵게 따온 석청에 마늘을 재우곤 했지만, 시어머니께서 편찮은 탓에 1년 이상 발효시킬 시간도 없이 식사대용으로 드려야 했다. 마늘 넣은 석청 두 단지를 만들어 시어머니께 한 단지를 드렸으니 꿀단지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단지를 여막으로 보내려 했지만, 덕령이는 여막에서 어찌 꿀차를 마시겠냐고 극구 거절했다. 달달한 차를 마시는 건 불효라고 했다. 불효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검동에서 힘을 쓰다 보니 꿀차의 필요성을 느낀 모양이었다. 주검동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다음날 능주에게 꿀을 가져오라고 기별했다. 그게 이레도 지나지 않았다.
  “웬 걸요? 기력을 보충하신다고 수시로 드신 통에 진즉 떨어졌습니다요.”
 
민경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집에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나리 몸은 좀 어떠신가요? 꿀을 찾을 정도로 많이 수척해지셨나 보네요?”
  “연일 밤늦게까지 쇠를 다루느라 이전보다 수척하긴 하지요.”
 
 수척해졌다는 말에 민경이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시묘살이가 끝나면 보신이라도 해 드릴 텐데, 아직 초장도 지나지 않았다. 초장이 지나면 기병한다고 했으니, 몸을 보신할 시간도 없었다. 그저 믿는 건 꿀차뿐인데 마늘 재운 석청은커녕 일반 꿀도 없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어쩌죠? 남아있는 게 없는데?”
  “그럼 빌리거나, 얻어서라도 가져가야 합니다요.”
 
능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민경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능주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며, 꿀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는 결연한 표정을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었다.
  “나리께 무슨 일 있으시죠? 그렇지요?”
  민경이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큰일은 아니구먼요.”
  능주가 몸 둘 바 몰라했다.
  “큰일이 아니라니요? 무슨 일인데요?”
  민경이가 다그쳤다.
  “쌍철추를 맹그시다가, 달궈진 쇠붙이에 데이셨구먼요.”
  “데셨어요? 어디를요? 얼만큼이나요?”
  민경이 말투는 조급했고, 얼굴에는 근심이 짙게 서렸다.
  “왼팔을 데셨는디, 그리 많이 데인 건 아닌께 너무 상심하지 마셔요.”
  “나리께서 데이셨다는데 어찌 걱정이 안 되겠어요?”
  
 오라버니가 화상을 입었을 때 발랐던 석청이 떠올랐다. 능주도 그 때의 기억 때문에 꿀을 가지러 왔을 터였다. 마땅한 치료약이 없으니 화상 부위에 꿀이라도 발라야 했다. 지체할 수 없었다. 민경이는 뒤돌아서서 친정으로 내달렸다. 능주를 친정으로 보내고, 자기는 주검동으로 올라가서 덕령이를 보면 될 텐데, 앞장 서 친정을 향한 것이었다. 행여나 친정에서 능주에게 석청을 내놓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능주도 민경이를 따라 허겁지겁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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