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수 칼럼위원(전. 조선이공대 교수)

지난주 23일 한밤중에 많은 젊은이들과 축구 팬들이 TV앞에서 초조하게 EPL(England Premier League) 38라운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대한민국의 손흥민(30·토트넘)은 후반 2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아울러 올 시즌을 23골로 마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아시아 출신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최초이며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를 통틀어서도 최초의 기록이다. 다음날 국내외 언론의 1면 톱을 장식함은 물론 세계의 이목은 대한민국에 집중되었다. BTS가 K-POP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면 손흥민은 축구라는 스포츠로 태극기와 대한민국을 알렸다. 

이번 주는 대한민국의 영화계가 칸 영화제를 휩쓸었다. 
배우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이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아 한국 영화의 실력을 세계에 알리고 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60~70년대의 경제개발을 거치면서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스포츠와 문화 예술이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그 시작은 1966년 6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복싱 경기에서 김기수 선수가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미들급 타이틀을 거머쥐고 가난한 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벤베누티가 요구한 대전료 5만5천달러는 대통령이 만들어주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챔피언 탄생은 어둡고 가난한 시절 전 국민의 가슴에 희망과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도 하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은 전 국토에 역동적인 산업혁명의 망치소리를 크게 만들었고 7~80년대 산업화는 그런 국민들의 의지와 단합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계지도를 보면 아시아 대륙 동쪽에 조그맣게 붙어 있어 찾기도 어려운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일을 올림픽과 같은 세계 대회에서 체육인들이 메달을 딴다는 것은 대단히 자랑스럽고 국위를 선양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면 세계적인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만 하면 전 세계 방송과 언론들이 뉴스와 기사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육인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오면 국내에서도 김포공항에부터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신문과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뉴스를 내보내 국위선양은 스포츠 인들의 몫이었다. 

그 무렵인 1974년이었다.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서양의 음악가들을 제치고 조그만 나라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세계 최고의 음악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정명훈이 입국하는 날,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고 이제 국위선양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인들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35년 전 1982년 3월 27일은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날이다. 
6개 팀으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해태 타이거즈는 단골 우승후보였고 광주에 내려오는 날은 카퍼레이드가 열려 우리 고장을 단결시키는 큰 역할을 하였다. 지금도 타이거즈는 이 고장의 트레이드마크이며 우승의 여부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업 다운시키고 있다. 요즘 기아 타이거즈의 활약이 눈부시다. 기아가 이기면 이 지역의 기운도 상승세를 타는 것 같고 기아를 중심으로 호남이 똘똘 뭉치는 느낌이다. 이것이 스포츠 문화 예술을 키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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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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