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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1)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1)
담양뉴스는 2022년 새해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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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담양을 담은 사군자차

싱그러운 아침이다. 새들의 부지런한 하루가 시작되고 이슬 맞은 댓잎의 새순이 영롱하게 보인다. 담양 살이 30년째, 책에서만 접하던 대나무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담양과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의 풍경은 늘 수채화 그 자체이다.

어느 날 식물공부를 할 겸 집을 나섰다가 대나무꽃과 마주하게 되었다.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다가 대나무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공부하게 되었다. 대나무의 성질은 차갑다. 곧고 길게 뻗은 모습은 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로 하여금 기상과 기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땅을 잡고 있는 뿌리의 모습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주변을 탄탄하게 붙잡는 강한 힘을 가졌다.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대나무의 잎이었다. 대나무의 새순을 본 적이 있는가. 바늘처럼 삐져나온 대나무의 새순을 보고, 차로 만들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산에 가면 산죽의 새순을 채취하고 집 뒤뜰에서는 분죽의 새순을 채취했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산암(汕巖) 변시연(邊時淵) 선생님께서는 자택 뜰에 심어놓은 오죽의 새순도 내어주셨다. 이외에 조릿대의 새순, 왕대의 새순 등 대나무의 종류별 새순을 모아 각 대나무 품종마다의 성질과 특성을 고려하여 제다방법을 정리할 수 있었다. 중국의 차와 일본의 차 중에서도 대나무에 관련된 것이라면 시도해보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간이 흘러 오늘날에는 담양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분죽의 새순이 대잎차의 원재료로 쓰이고 있다.

대잎은 5월 20일 경, 처음 새순을 채취하여 위의 세 잎을 따서 1cm 길이로 잘라서 준비한다. 대잎은 견고한 보호막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증기에 찐 후에 덖어주는 것이 차로 마셨을 때 부드럽고 찻물도 많이 우러난다. 

대잎차가 완성되니 담양의 상징적인 꽃도 궁금해졌다. 담양의 군화는 매화요, 군목은 대나무이다. 그렇다, 가사문학의 보고(寶庫)인 담양에서의 매화와 대나무는 또 다른 하나의 상징을 머릿속에 가져다주었다. 사군자(四君子), 매난국죽(梅蘭菊竹)이다. 추위를 뚫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매화, 연약하지만 굳게 솟은 꽃대의 난, 서리를 맞아도 굳게 피어나는 국화, 곧게 솟아올라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대나무. 식물공부에서 시작된 대잎차는 담양의 가사문학을 거쳐 매난국죽을 한 데 담은 사군자차(四君子茶)로 이어졌다.

본래 사군자(四君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이지만, 국내 식약처 식품공전에는 난초를 식품의 원재료로 인정하지 않는 관계로 난초를 차꽃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난초의 꽃을 식용 가능한 원재료로 인정한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이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서사를 만들 수 있었다. 광양의 매화, 보성의 녹차, 함평의 국화, 담양의 대나무. 난초를 차꽃으로 대체함으로써 지금 살고 있는 담양을 비롯하여 가까운 주변 지역사회를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군자차는 2015년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 “야생화 우리 삶 속에 피다”에서 공식적으로 소개가 되어, 이어 2015년 OECD 과학기술장관회의, 2016년 IROS(세계지능형로봇시스템총회), 2017년 APCS(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가의전과 국내에서 주최한 주요 국제행사에서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꽃차로서 뛰어난 맛과 향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왔다.

2021년에는 전라남도-일본 고치현의 자매결연 5주년 기념행사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꽃차체험 ‘꽃차 명인과 함께하는 남도문화체험’에서 사군자차가 소개된 것이 공공외교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외교부로부터 ‘창의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내 주변과 담양을 공부하고 그것에 대해 아는 만큼 담아낸 것뿐인데 그토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원래 그 자체로 훌륭한 것임이 아닐 수 없기에, 때마다 담양에 산다는 것에 벅찬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바야흐로 대나무의 새순이 돋아나는 시기이다. 대나무를 처음 공부하고 대잎차를 만들어보던 20여 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를 귀에 담으러 천천히 걸어보고자 한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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