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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2)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2)
담양뉴스는 2022년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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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질서와 겸양의 홍화차

한동안의 가뭄에 마침내 단비가 내리더니 밭 가장자리에 자리한 붉은 홍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홍화를 바라보며 어쩜 이리도 예쁠 수가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생과 전생이 있다면 아마도 전생에서 이어지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 가시가 되어 현생에 다시 피어난 것 아닌가 할 만큼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꽃이기도 하다. 아찔한 가시 뒤로하고 꽃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홍화는 씨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통통하고 풍만하게 보인다. 꽃이 곧 삶인 나에게는 그런 모습이 귀엽고 통통한 요정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수분 가득한 통마늘 같기도 하고 양파 같다고도 한다. 

꽃을 거울삼아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만든 이야기들을 꽃차인문학에서 소개해왔는데, 여름이 되면 등장하는 홍화는 언제나 겸양과 질서의 대명사로 소개된다. 홍화는 개화시기가 되면 여러 개의 꽃대 가운데 정중앙에서 주변의 꽃대보다 살짝 낮은 곳에 있는 꽃이 먼저 피어나기 시작한다. 마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우두머리의 주변을 에워싸 보호하며 질서를 보며주듯이, 홍화의 피는 모습도 비슷하다. 누가 뭐라고 한 적 없는데 스스로 자기의 서열을 알고 정중앙에 피는 꽃을 시작으로 다음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난다. 먼저 피어난 꽃의 크기는 후발대의 것보다 조금 작다. 먼저 앞서간 꽃은 겸손한 자세와 모습으로 피어나고, 후에 피어나는 꽃은 우람하고 통통하지만 언제나 먼저 피어나는 꽃보다 앞서가지 않는 질서를 보여준다. 사실 과학적으로 바라보면 선발대는 먼저 피어나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고 후발대가 본격적인 생식활동을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꽃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인식하고 꽃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그 자체로 쏠쏠한 재미를 찾을 수 있기도 하고 잠시 잊고 살던 미덕을 되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예부터 홍화의 꽃수술을 ‘잇꽃’이라 하여 뭉친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통경에 주로 사용되어왔다. 또한 붉은 연지곤지의 주재료, 즉 화장품의 원료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기도 하다. 또한 홍화씨는 뼈를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골다공증 예방차원으로도 좋은 약재로 쓰여왔다.

처음 홍화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도였다. 이전까지는 경북 의성군에서 홍화의 수술만을 구입하여 사용해오다가, 이후 위탁재배를 통해 홍화를 꽃봉오리째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무릇 대부분의 농사가 그렇듯, 홍화 역시 재배 및 수확 조건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수확 적기에 최상 품질의 홍화를 꽃봉오리째 수확하여 제조·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꽃의 형태를 살려서 봉오리 째 차로 우려마실 수 있는 상품은 세계적으로 드물었고, 해외로 하여금 한국만의 독특한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홍화차 제조를 규모화·체계화하여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위해 미국과 계약 상담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국내 식약처로부터 통꽃 사용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생산 중단 명령을 고지 받았다.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망연자실했지만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년 쯤 지난 후에는 수출에 있어서 한시적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곧바로 다시 시작하기보다 국내의 식품 관련 규정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때는 식품첨가물로 전체 원료의 2% 내 사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현재(2022.06)는 사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해외에서는 홍화를 식재료로 인식하고 밥, 차, 디저트 등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식품으로서 사용에 규제 상의 어려움이 있으니 이는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홍화가 식품의 원재료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면을 통해 소개해본다.

홍화는 개화 시 노란빛으로 수술이 올라왔다가 4~5일이 지나면 주황빛에서 붉은빛으로 색이 물들기 시작한다. 채취는 수술의 색이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할 때 꽃의 수술부위 근처의 떡잎 3~4개를 남겨놓고 수확하는 것이 좋다. 수확한 꽃봉오리는 수증기에 40초씩 찌고 식히고를 3회 반복한 후 식품건조기에 얇게 펴서 45℃에서 30시간 이상 건조한다. 통꽃이기 때문에 꽃의 크기에 따라 시간은 조절해야 한다. 

홍화차 한 송이를 다관에 넣고 끓는 물 300ml를 부어 1분 간 우려내어 마신다. 제조과정에서의 홍화 특유의 진한 향은 사라지고 입안에서는 시원하고 단맛 가득한 여름향기를 느낄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된 듯하다. 찌푸린 날씨지만 홍화는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그곳으로 마음을 가져가 본다. 찻잔 속에서 자유롭게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홍화차를 찻잔에 담아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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