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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28)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문화 인력의 중요성과 담양

문화기획이라는 말이 일반화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령 88서울 올림픽에서 천연덕스럽게 굴렁쇠를 굴리고 메인 스타디움을 도는 그 소년을 누가 상상해 봤을 것인가?

권위주의 시대에 그것은 결단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세상의 원은 공평한 것이고, 인류는 지구의 미래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놀이 도롱굴테 굴리기가 그 성스러운 가치를 우리 식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적격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대단원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선물해 준다. 
그 전에도 이러한 기획들은 신선하게 곳곳에서 선보였지만 인류 모두의 잔치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의 파급력이 있었고, 우리 일상의 마디마디에 이러한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 기호들이 암묵지 처럼 우리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결국 문화기획을 하는 이들은 200년대 초반에야 세상에 하나의 직업을 창조한 것처럼 더디게 성장했지만 수많은 축제의 장에서, 이벤트의 장에서, 공식행사의 장에서 기획들은 별처럼 빛났거나 유성처럼 사라졌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 파주의 임진각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진행하는 강준혁 선생님을 뵌 적이 있었다. 남북간의 대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열망하는 불꽃을 쏜다는데 먼저 든 걱정은 이 불꽃이 북으로 쏘아대는 대포 사격이거나 미사일로 오인하면 어찌 할 것 인지였다.
몰론 서로 고지는 되어 있어 기우이기는 했지만, 자칫 대치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폭제로 작동해 버리면 어쩌지요 라고 여쭙는데, 돌아온 말씀은 모두에게 큰 소리는 분쟁의 몫으로 보이는 것을 피해가기 위해 폭죽을 쏘아 올리는데도 그 폭죽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늘에서는 별빛을 수놓은 듯한 아름다운 폭약으로 준비를 했지요. 소리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폭죽을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인 프랑스분을 모셨다는 말씀과 더불어 기획자는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디테일 모두를 챙겨야 한다는 당부 말씀을 함께 주셨었다. 

낮에는 언덕을 따라 김언경 작가의 바람개비가 풍성과 어울려 돌아가고 드디어 밤이 되고 밤 하늘을 수놓은 환상적인 불빛들이 군사분계선의 남쪽에서 빛나는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북쪽 주민들의 후일담은 듣지 못했지만 남북한 국민들 모두에게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되는 날이었을 터이다.
이렇게 스며들 듯이 문화기획자라는 직업군이 세상에 드러났고, 그 사이에 업자로 취급받았던 이벤트 업계를 운영하던 발군의 기획자들이 지방자치시대의 지역 브랜딩을 위한 축제와 이벤트 영역에서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사회공헌의 방식으로 치러내면서 문화기획의 세계가 보편화 되었던 것이다. 

이제 교육 분야에서도 문화예술경영이나 문화예술교육, 문화기획 등의 학문이 이론과 현장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인재들을 거둬들이고 다시 세상에 내어 놓으며 암약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당장 우리 지역만 보더라도 전남대, 조선대, 동신대, 호남대 등에서 경영과 기획과 교육 분야의 인력 양성에 십여년째 헌신하고 있는 터이다. 아울러 이들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나 전남의 정보문화산업 진흥원, 광역문화재단, 기초문화재단과 같은 곳에서 수용하며 문화로 행복한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에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이런 제도권만이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일선 현장에서도 이론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이들과 더불어 동고동락 하면서 이들을 중요한 미래 인재로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그런 인재들을 골라쓸만한 시대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편중 현상이 지나치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을 어찌 극복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광주문화재단의 정규직 고용에 100:1, 계약직 고용에 63:1 같은 현상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정작 인접 시군의 인력모집 특히, 비정규직 모집과 같은 경우는 응시자가 없어 재공고를 내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함께 얘길 나눠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의 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한 성장성, 전문인이 될 수 있도록 끌어주는 리더쉽과 포용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도시로부터의 접근성 같은 것을 예측했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문화재단을 두고 있는 담양의 상황은 어떠한가? 
재단 소속원들이 지닌 전문성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지상의 가치로 인식하고 있는가? 복지분야에서는 타 지역과 형평성 있게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하고 있는가?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서 임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임직원들이 지역민과 예술인들을 존중하고 그들 또한 문화재단 사람들이라면 신뢰하고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려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지상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문화는 사람의 영역이다. 비단 문화재단의 인력뿐만 아니라 문화로 소통하고 실천하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담양에서는 존중 받는다는 이야기가 현실화 될 때 담양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고 지속가능한 도시로서 존재할 것 아닌가!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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