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열 칼럼위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지방선거 후 민선7기와 8기가 교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한 가지 들었다. 
왜 어떤 지자체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해서 중간보고회도 하고 시·군민들에게 진행상황을 알리는데, 어떤 곳은 깜깜이로 활동하다가 취임 전날이나 되어야 새 지방정부에서 무엇을 하겠노라고 발표할까?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단체장 취임 후에야 인수위 논의 및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곳도 있으니 이런 차이는 뭔가?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니 다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형식과 과정이 비슷해야하지 않을까?

민간에게는 엄격한데 …
익히 알려진 이야기 하나. 관공서에서 입찰을 통해 발주하는 용역사업을 하나 하려고 하면 참 복잡하다. 사업비가 얼마나 되던 간에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착수단계에서 착수보고회, 중간에 사업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중간보고회,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 결과를 알리는 최종보고회 등 최소 세 번의 보고회를 갖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전국 어느 지자체나 입찰(수의계약도 큰 사업은 비슷하지만)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은 모두 이렇게 진행단계마다 ‘보고’를 해야 한다. 이건 나쁜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귀찮더라도 그런 흐름에 맞춰 일을 진행할 수 있어서 잘못될 가능성을 막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발주처에서는 당연히 사업 진행 상황을 단속할 수 있으니 좋은 일 일 테고.

그런데 민간인들에게는 그렇게 철두철미한 공무원들이 왜 자기들 하는 일에는 대충일까? 
4년 동안 수천억 원, 또는 수 조원의 예산을 쓰고, 한 지역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새 정부가 새로 출발할 때 그 사업추진 방향이나 목표를 새로이 설정하고, 또 지난 정부의 아쉬운 점을 파악해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는 인수위 활동이 매우 중요하리라.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 그럴싸한 활동방향 설정에 실패해 초장부터 헤매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인수위 활동 단계에서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4년 집권기간의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어찌 중요치 않을 것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지방자치 부활 후 30년을 넘기는 기간 동안 보면 이런 인수위 활동에 대한 기억이 없다. 당연히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서 활동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제105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 인수위원회’조항이 신설돼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민선 8기 들어서는 각 지자체별로 인수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광역단체는 그동안 인수위가 활동했지만 기초단체의 인수위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이 인수위의 구성, 운영 및 인력, 예산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각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규정하긴 했으나 실제 운영은 제각각이고 거의 유명무실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법 마련됐으나 실제는....
대표적인 것이 인수위원들을 대부분 당선된 단체장의 측근들로 구성해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또 실제 운영단계에서의 디테일한 운영규정 등이 미비한 점, 행정기관의 자료제출 등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 규정이 부족한 점 등 허점이 많아 각 지자체마다 대충 또는 중구난방으로 대충 운영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새 정부 할 일은 못 정하면서 구 정부 까기에만 몰두하는 속 좁은 인수위도 많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수위 활동이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시·군민들도 당연히 인수위에서 어떤 현안을 다루고 새 정부의 공약실천 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인수위 구성이 투명하고 전문적이어야 하고, 그 활동결과도 세세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마치 관공서에서 사업을 발주하고 용역 사업자들이 중간에 보고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시민단체나 언론들은 인수위 활동에 대한 충분하고 집중적인 감시나 견제가 있어야 함도 당연하다. 이번 민선8기 광주전남 각 지자체들의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아예 중간활동 내용 발표나 최종발표 같은 절차가 무시되고 대충 넘어가는 곳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적하는 보도가 전무하고, 시민단체들의 지적도 없는 점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언론은 새로 당선된 단체장들과의 친불친이나 향후 사업협찬 등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칭찬하는 기사만 써대고 이런 문제점은 아예 모른 체 하고 있는 것 같다.

인수위원회 활동 과정과 절차를 훨씬 더 정치하게 다듬고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으면 한다. 시·군민들에 대한 중간보고 최종보고 등도 의무화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비판과 견제도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서로가 아는 사이고 좁은 지역사회라고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넘어가는 인수위활동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다. 인수위가 제대로 활동해 첫 단추를 잘 꿰야 우리 지방정부가 잘되고, 시·군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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