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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43)/전 의원의 간부화?박충년 칼럼위원(전.전남대학 부총장/전.대나무축제위원장)
▲박충년 칼럼위원
전.전남대학 부총장
전.대나무축제위원장

1960년대 초 북한에서 일어났던 ‘전군의 간부화’가 오늘날 전남 군 단위 기초의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광역시와 도, 시 단위 의회를 제외한 전국 군단위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기초의회의 보직자(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수가 총 의원 수의 절반을 넘는 곳을 조사해 보았더니(표 참조) 전남이 16개 군 중 10개 군(10/16)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론 전북(3/8), 충남(3/8), 충북(1/8), 경북(1/8) 순이었으며, 경남(0/8), 경기(0/4), 강원(0/10)은 아예 보직자 수가 과반인 의회가 없었다. 장흥과 함평은 7명 의원 중 5명이 보직자로 소위 전 의원의 간부화를 방불케 한다. 우리 담양군의회 역시 9명 중 과반인 5명이 보직자이다.

어느 집단의 보직자 수를 늘리는 건 업무를 분담하여 책임지게 함으로써 일의 효율성과 참여의식을 고취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집단의 업무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을 집행하는 경우 업무가 과중하거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할 때가 많아 보직자 수 보다는 업무 효율성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하지만 기초의회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집행기구가 아닌 의결기구이다. 군민을 대표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고, 수정하며, 민원사항을 집행부인 군에 전달하고, 군의 정책이나 예산, 결산을 양심에 따라 심사 의결한다. 의결은 의원 각자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되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성립된다. 따라서 의결기구는 신속한 일처리보다는 신중하고 공정한 판단이 더 중요해 보직자 수가 많아야 할 이유가 없다.

시의원 수가 20명이 넘는 여수, 순천, 목포 시의회의 보직자 수는 모두 6명이고, 도의원 수 60명이 넘는 전남도의회도 보직자는 10명이다.

기초의회의 구성은 기초의회에서 정한다. 즉,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회의 존폐와 위원장을 자체 결정할 수 있다. 스스로 결정한 의회 구성에 있어 보직자 수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숫자인 구성원의 절반을 넘는다는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가장 큰 우려는 패거리 형성이다. 보직자 수 만큼의 패거리만 만들면 그 수가 과반이기 때문에 모든 보직을 패거리가 독식할 수 있고 의사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패거리 형성에 대한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도 공인된 패거리인 당이 있고, 양심보다 당론이 앞서는 꼴불견이 있지만 그래도 여야 협상이란 돌파구가 있다.

그러나 기초의회에는 공인된 패거리가 없다. 개인에 따라 소속 정당이 있지만 의회 차원에서는 사적인 패거리일 뿐이고, 이도 사실 불합리한, 장차 시정되어야 할 국회의원들의 횡포의 산물이다. 따라서 기초의회에서 패거리에 끼지 못한 소수의 구성원들은 왕따를 당해도 별수가 없다. 그리고 패거리 형성에 의한 폐해는 대집단보다 소집단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10명도 채 안 되는 기초의회에 패거리가 등장한다면 의사결정이 양심에 따를 것이란 보장이 어렵다.

이미 가시화한 그 폐해를 우리는 여러 번 목격했다.

수년 전, 담양군 기초의원 보수 심의위원회에서 의회 내 보직자 수를 줄이라는 권고안을 낸 적이 있다. 마이동풍이었다.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국회의원이나 검찰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역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무보수로 시작하고 겸직을 허용했던 초기 기초의회가 초심은 사라지고 상당한 보수(담양뉴스 6월24일자 보도 참조)와 함께 정치입문의 교두보로 퇴색되고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선다. 제9대 담양군의회의 통 큰 개혁을 기대해 본다.

올해 많은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들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지 않고, 선거 운동 시 그렇게 외쳤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뛰어서 임기를 마칠 때 진정한 자축이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표: 보직자 비율에 따른 지역별 군단위 기초의회 수#>

#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거나 정보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제외하였음.
* 의회 보직자 비율=(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총의원수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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