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4)
담양뉴스는 2022년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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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향기 품은 연꽃차

사람의 마음이 향을 따라간다. 고운 향을 맡으면 마음도 따라 고와지듯, 향이 피어나는 대로 사람의 마음이 동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가 가진 일면이기도 하다. 최근 내 집 앞에 작고 앙증맞은 미니연꽃 화분 20개가 새로 이사를 왔다. ‘이리보아도 내 사랑 저리보아도 내 사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린 듯 단단하고 견고한 모습과 작지만 기품 있는 고유의 향을 넘치도록 품은 연꽃을 따라 내 마음이 쫓아다닌다.

연꽃은 매미가 첫 울음을 터뜨릴 즈음 피어나기 시작해서 마지막 매미소리가 들리면 꽃이 진다. 절기로 이야기하면 초복부터 말복 때까지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서가 지나면 연실이 여물어서 꽃 다음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연화차(蓮花茶)라 하면 흔히 연꽃 속에 녹차주머니를 넣어 연향을 입힌 것을 말한다. 중국의 부생육기(浮生六記)라는 기행문 속에 등장하는 연화차는 돈독한 부부애를 상징하는데, 아내의 지혜롭고 순정한 사랑을 연향을 통해 표현한 당대인의 인식 속에서 연향이 매우 고귀한 소재로 여겨졌음을 엿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연꽃 속에 품질이 좋은 녹차 조금을 넣어서 함께 봉하여 공예차를 만들 수도 있고 또한 연꽃 속에 한약재를 넣어서 묶고 건조하면 그 모습이 옛 어린소녀의 귀엽고 예쁜 모습을 연상케 한다하여 ‘연낭자’란 이름으로 차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의 차인(茶人)이라면 한 번쯤 연꽃의 멋스러움과 향에 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큰 연지에 연꽃을 피워내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는 방식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대로는 혼자 먹기에 아깝고 양이 많아 좀처럼 자주 마실 수 없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30여 년 전 초창기에는 옛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여 사용했지만, 불편했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시행착오 끝에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차로 변화시켰다. 꽃 한 송이의 꽃잎과 수술, 꽃심, 연잎을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최종적으로 혼합하여 덖는 것이다.

첫째로 꽃잎은 0.5cm 두께로 썬다. 꽃 수술은 분리하여 놓고 따로 덖어준다. 꽃심도 0.5cm 크기로 썰어서 각각 덖는다. 각 부위마다 수분의 함량과 조직이 달라서 각각 제다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잎도 0.5cm 크기로 썰어서 덖는다. 각각 90%의 건조가 확인되면 혼합하여 마무리 과정으로 수분이 남지 않도록 덖는다. 꽃 한 송이와 연잎을 혼합하여 마시면 연잎차만 마실 때보다 진하고 풍부한 향기에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그 향이 떠다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연꽃의 배아인 연심은 녹차와 꽃의 혼합된 향과 맛으로 그 자체로서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차 중 하나이다.

이처럼 연꽃 하나를 차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연꽃차는 피어나는 모습과 피어오르는 향 두 가지를 온전히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게 단연코 독보적인 매력인 듯하다. 무릇 기본에 충실하여 온전한 꽃의 모양과 꽃의 향을 품어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행복이지 아니한가. 다만 세상 만물에는 자세히 바라보면 더욱 아름다운 게 있듯 꽃만 바라보다가 꽃 하나를 즐기는 방법이 이리도 여러 가지임을 알았으니, 연꽃만 각기 제다하여 혼합하여 마시는 것, 잎·씨앗·뿌리 등을 혼합하여 마시는 것도 연꽃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한편 다시 우리 앞마당으로 돌아와 보면, 연꽃의 크기가 커서 생기는 문제로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해온 가운데 최근 이사를 온 미니연꽃의 존재는 그 자체로 가슴을 뛰게 한다. 작은 연꽃을 그대로 건조하여 사용할 수 있고, 냉동시켰다가 다시 피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 작은 몸집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수없이도 많은 설렘이 오고가니, 장맛비 내리는 창밖에 청초하게 서 있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보며 연꽃차 한 잔 기울여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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