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의 피로인
양진영 작가담양뉴스는 2019년 창간4주년 기념 『기획연재Ⅲ/소설』로 ‘2019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자인 양진영 작가의 걸작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을 연재중입니다.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제7회 송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선왕조 정유재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소쇄원의 주인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사료를 바탕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양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중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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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귀환의 노래

오윤겸은 다음날 쿄토의 다이토쿠사를 출발해 이틀 후 오사카에서 몽린 일행과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때쯤이면 한 달간 강우성과 몽린이 미리 포섭해 둔 백여 명의 피로인이 합류키로 했었다. 그러면120여 명의 포로들이20년 만에 조국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오윤겸은 이들을 판옥선에 태워 가능한 주인의 손이 미치지 못하도록, 최단 시간 내에 히로시마까지 항해한다고 했었다. 강우성은 중간에 조선 전함 한 척을 이끌고 오즈 해안까지 가서 도망쳐 나오는 몽인 일행을 호위해 시모노세키에서 합류한다는 것이 몽린의 계략이었다.  

야스하루의 저택을 빠져 나온 유명환은 몽린과의 약속대로 죽을 힘을 다해 오즈로 향했다.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노를 젓는 쾌속선은 해류만 제대로 타면 빠르기가 나는 새와 같다. 아와지섬을 지나 시코쿠의 타카마츠에 이르기까지 격군들을 재촉해 만3일간 배에서 먹고 자면서 쉴 새 없이 노를 저었다. 오즈성으로 들어가는 항구인 나가하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야스모토를 태운 전함이 이곳에 도착하는 데는 최소한 이틀이 더 걸릴 것이다. 그 정도 시간이면 몽인을 따르는40여 명의 가마터 식구들이 탈출하는데 충분했다. 한데 막상 도착해 보니 애초의 계획과 달랐다. 조선에서 쇄환사가 왔다, 수천의 포로를 데려간다더라 등 소문이 퍼지니까 야스하루가 보름 전에 모종의 명령을 내린 듯했다.

무사대장인 카즈나가가 수백의 병사를 풀어 오즈번 내에 거주하는 조선인의 동태를 감시 중이었다. 몽인의 가마터로 가는 길목에도 곳곳에 감시 초소가 생겨 드나드는 사람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 판국에40여 명이 떼거리로 몰려나가 배를 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유명환을 만난 몽인도 며칠 고민했는지 얼굴빛이 해쓱했다.

“형님. 무슨 묘안이 없겠소? 인근에 배치된 군사가50여 명인데 그들과 대적해서 탈출은 어림도 없을 듯하오.”
“야스하루가 무슨 냄새를 맡았나? 왜 갑자기 감시병을…….”
“글쎄 말이오. 군사가 배치된 것은 벌써10여 일이 지났소. 워낙 간교한 자라서 우리가 탈출할 엄두를 못 내도록 아예 겁을 주려는 듯한데.”
“이런 상태라면 강 역관이 조선 함선을 이끌고 여기에 도착해 봐야 순순히 우리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야.”
“여부가 있겠소? 역관과 조선군 졸개 몇 십 명이 와 봐야 여기 군세에 질려 가마까지 오지도 못할 것이오.”
“더군다나 막부의 군사가 오는 것도 아니고 유시문을 내놓고 우겨 봐야 막부에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뻗대면…….”
“그때쯤이면 쇄환사 나리의 배는 부산포에 도착했을 것이오!” 몽인은 짜증이 났는지 버럭 소리질렀다. 당초 계획은 강우성이 오즈 인근에 도착했을 때쯤 몽인 일행이 가까운 항구에 묶어 둔 배를 타고 야반도주해 조선 함선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그 경우 오즈의 군사도 차마 쇄환사가 데려온 함선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몽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가마에서 배가 있는 야와타하마까지는20리 길인데 수십 명의 왜병이 지키고 있어서 도저히 이동이 어려웠다. 몽인은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강 역관이 언제쯤 여기에 이르겠소?”
“히로시마 근처에서 여기로 향한다고 했으니 여드레는 기다려야 할 것이야.”
“8일이라 ……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는 있으려나.”
“이 사람아!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가 흔들리면 가마터 식구들이 누구를 믿고 버티나.”
유명환은 따끔히 충고했지만 자신도 뾰쪽한 계책이 없었다. 몽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죄송하오. 워낙 방책이 없다 보니……. 가마로 들어오는 입구를 막고 있는 병사만 어떻게 처리하면 포구까지 가는, 까짓20리 길이야 단번에 달려갈 터인데. 급하면 강 역관이 오기 전에 우리가 쇄환사 나리가 탄 배를 찾아가면 되니까.”
“글쎄 말이야. 어쨌든10년을 준비해 온 일이 아닌가. 무슨 방도가 있을 것이야. 식구들을 불러 대책을 마련해 보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명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야스하루의 병사들을 죽이고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경우 오히려 반역자로 몰려 떼거리로 죽임을 당할 수 있으니까.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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