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9)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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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찬서리 이겨내는 국화차

가슴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지난해 심어놓은 국화가 노랗게 고갯짓하며 피기 시작했다. 가을이 대명사 국화, 지역마다 하는 국화축제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꽃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삐 움직인다. 

국화차는 서양의 캐모마일차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국화는 중국과 일본,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관상용이나 식용,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품종으로, 환경적으로 재배 조건이 적합하여 예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에는 한국 내에서 ‘국내 품종’으로 등록된 국화종류도 많고 품질의 우수성 또한 높게 평가되고 있으니 애국심과 자긍심을 갖고 키워볼 만 하다. 반면 캐모마일은 비교적 최근 국내에 전원생활과 정원문화가 대중적으로 확대되면서 허브에 관심을 갖게 되자 재배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국화만큼 다양한 품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모든 종자 자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화는 대륜계, 중륜계, 소륜계로 흔히 나뉘는데 대륜계는 음식의 재료, 중륜계는 관상용, 소륜계는 차(茶)나 약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지금은 중륜계에 더불어 대륜계까지 관상을 목적으로 하는 재배가 집중되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예전에는 텃밭이나 화분에 길러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소륜계 꽃은 오늘날까지 차(茶)나 약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 일반 화훼 농가에서 관상을 목적으로 재배한 꽃이 아닌 식용을 목적으로 재배한 꽃이라면 꽃차의 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국화차에는 노란 국화가 쓰이지만 사실 다른 색상의 국화도 사용할 수 있다. 초창기 국화차가 대중에게 소개될 때 작은 대상이 사진과 영상에 더 멋스럽게 담긴다는 이유로 소륜계 꽃을 주로 사용했고, 그렇게 처음 소개된 것이 소륜계 노란국화였던 까닭에 흔히 다른 색과 크기의 국화에는 독이 있다고 오해하고들 한다. 국화는 붉은색이나 흰색 등도 꽃차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상품성은 노란 국화의 시장이 가장 열려있다고 참고하길 바란다.

옛 세시 명절인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이라고 하여 국화전이나 국화주를 빚어 나누어 마시기도 하였다. 국화는 밥, 떡, 술, 전, 나물, 차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서 사용되었고,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화를 생으로 사용할 때는 꽃잎을 분리하여 소금이나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씻어서 사용하면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중륜계의 국화는 꽃송이 째 튀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국화차를 만들며 지역의 재배 환경, 품종, 채취 시기 등에 따라 국화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쪽 지방에서 재배된 국화는 북쪽 지방에서 재배된 국화보다 식감이 좋아 채소로 사용했을 때 훌륭한 반면 단맛이 적고 향도 적다. 흥미로운 점이긴 하지만 음식의 재료보다는 차의 재료로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접근이 달라야 했다. 꽃차에 적합한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남쪽지방인 담양에서 재배했을 때도 단맛이 많고 향이 풍부한 국화 품종을 찾아야 했으므로, 여러 해 동안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품종과 별개로 채취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국화차는 여름국화보다는 24절기 중 상강(霜降)을 전후로 채취한 것이 가장 맛있다. 또한 상강(霜降) 이후에 찬 이슬을 맞은 국화가 향이 깊고 맛이 풍부하다. 꽃차를 만들기 위해서 꽃에 따라 개화 직전에 채취하는 것도 있지만 국화는 개화가 된 것이 좋으며, 꽃의 중심부까지 꽃잎이 개화한 시기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다른 꽃과 달리 꽃봉오리가 개화되기 전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국화차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국화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늘 찬 기운이 가득해서 오전 중에 작업이 진행되면 손을 호호 불어가며 꽃을 채취해야 한다. 제조에 들어가면 다양한 국화의 종류에 혼동하여 질문이 빗발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꽃을 건조한 후 수증기에 찔 때는 짧게 찌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길게(약 2분) 쪄주어야 한다.

이를 3회 반복을 하면 쓴맛과 짙은 향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은은한 국화차가 된다. 주로 감국으로 국화차를 만드는 방법에 해당된다. 두 번째, 대추와 감초를 조금 넣어 끓인 물에 국화 생화를 순식간에 담갔다가 꺼내는 방법(튀기기)이다. 순간적으로 튀겨내어 식힌 후 건조하면 긴 시간 보관도 용이하며 대추와 감초의 단맛이 더해져서 감칠맛이 더해진 국화차 맛을 볼 수 있다. 주로 동국이나 산국으로 국화차를 만드는 방법에 해당된다.

국화차를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는 이유는 가을의 따사로운 햇빛과 큰 일교차 때문에 꽃의 방어벽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향은 짙어지고, 성미는 강해진다. 국화차 제조법이 다양한 까닭은 어디까지나 꽃의 방어벽을 없애고 이로운 성분을 끌어내어 사용하기 위해 여러 선인들이 축적해온 지혜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30년 전에는 꽃차에 국화차도 귀했을 때다. 중국으로부터 간간히 차인(茶人)들로부터 전달되는 양은 매우 적었고, 국내에도 이곳 담양 머루랑다래랑을 비롯하여 몇몇 군데 국화차를 생산했지만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국화차는 차(茶)를 생산하는 업체 및 취급하는 업소의 가장 기본적인 꽃차 상품이 되었고, 가정에서도 편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고 음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화차, 이제는 가장 긴 시간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꽃차의 대명사로 불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노랗게 피어나는 국화를 바라보며 국화차 한 잔을 손에 감싸고 향기를 올려본다. 가을을 담아 가슴에 적시며 시간을 적는다. 일교차가 큰 요즘 날씨에 국화차 한 잔으로 따뜻함을 느껴보도록 해보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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