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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우리 말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다.박환수(본지 칼럼위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시인 오규원의 ‘가을이 왔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인 용혜원은 ‘가을이 왔다. 우리 사랑을 하자’는 시(詩)를 썼다. 가을의 감정을 이런 아름다움으로 닭이 우는 소리, 많은 동물의 소리를 가장 비슷하게 글로 쓸 수 있는 것이 한글이다.

금년 가을은 코로나로 통제된 발걸음이 풀어지고 축제들이 3년 만에 열리고 단풍은 아름답고 10월의 지정곡처럼 되어버린 ‘잊혀진 계절’도 금년에는 이 가을의 감정과 추억을 마음껏 부를 것이다.

10월은 우리에게 그런 멋진 가을을 안겨주는 계절의 중심에 있으면서 개천절과 한글날이라는 두 개의 국경일이 있고 대체공휴일이라는 제도 때문에 두 개의 연휴가 있는 즐거운 달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경일(國慶日, National Holidays)을 휴무일로만 생각하고 놀기만 할 것이 아니고 나라의 뿌리를 생각하는 개천절과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기념하는 한글날만큼은 배우고 자부심을 갖으면서 쉬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글은 국보 제70호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그저 연휴라는 느낌만 있다면 기념일의 의미가 없다.

몇 년 전 KBS의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신년특집으로 문자가 없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게 10년째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정덕영(당시 59세) 씨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정덕영씨의 노력으로 7만 명의 찌아찌아족은 세계에서 최초로 한글을 부족의 공식 문자로 채택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를 그들은 한글로 ‘따리마까시’라고 쓴다.

소설 ‘대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펄벅은 한국을 사랑한 작가로 박진주라는 한국식 이름을 갖기도 했다. 그녀는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소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과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의 뜻을 이해한 뒤 따뜻한 한국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그녀가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초의 한글은 띄어쓰기, 쉼표, 마침표도 없는 글이어서 지금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런 한글을 펄벅이나 서양의 선교사들은 오히려 한글의 우수성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주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의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다. 그는 미국의 신문과 학회 논문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알렸고 우리 최초의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士民必知)’를 저술하였으며 띄어쓰기, 점찍기 등을 제안하여 최초 ‘독립신문’부터 적용하였다. 오늘날 우리글의 체계를 외국인이 정립해 주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지금도 중국은 3만개가 넘는 한자를 좁은 컴퓨터 자판에서 칠 수가 없어서 중국어 발음을 먼저 영어 알파벳으로 입력한 다음에 평균 20개가 넘는 단어 중에서 선택키를 눌러 입력한다. 일본도 영어식 발음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한자 변환을 해줘야 하므로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중국은 ‘오필자형’, 일본은 102개의 가나자판을 개발했지만 어려워서 대중화 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은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 일본은 35초가 걸린다고 한다. 자음 17자, 모음 11자를 결합해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가진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된 이유 중 하나는 한글 때문일 것이다.

몽골의 징기스칸이 역참(驛站)제도로 네트워크의 개념을 제시하였다고 하지만 ‘한글’은 이미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지배할 도구로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도구로 ‘한글’을 제정해 주신 세종대왕께 감사드릴 뿐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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