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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32)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축제와 이벤트의 현장을 탐방하며 드는 생각.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각 지역을 다녀보았다. 
특히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는 문화재 야행이나 홍보사업, 지방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축제의 현장과 각종 발표회를 지켜보았다. 코로나에 억눌렸던 탓인지 이처럼 많은 인파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뭔가 달라 보이는 이 상황들에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물론 행사의 주최측에서는 많은 방문자들이 감사할 따름이고 준비된 것들을 잘 보여주어 만족도를 높여드리면 될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움 같은 것이 따르는 뭔가의 찜찜함이 계속 따라 붙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 보았다. 

방콕하는 사람들을 밖으로 모셔오는 것에는 본인들의 야외 지향에 대한 욕구가 기본이겠지만, 2년 반 동안 지속되어온 코로나의 금족령 같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제아무리 야외활동의 자제를 요청해도 사실 근거리 여행과 소수의 여행, 짬을 이용한 여행은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은 모두 인지하는 바이다. 이제 그보다는 좀 더 과감하게 행동의 반경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 이번 여름의 일이었다. 거기에 2년여 동안 축제라든가 메가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랜선에 의지한 행사가 봇물 터지듯이 현장형 진행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 사이에 몰라보게 발전된 것이 몇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메타버스의 등장이고, 또 하나는 미디어 아트의 일상화이며, 드론 기술의 발전, 조명기술의 발전이다. 이런 융합기술의 발달은 각각의 장르나 생활분야에서만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으로 급속하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라고 하는 광주에서나 볼 수 있다고 여기는 예술은 담양과 같은 경우는 죽녹원에 이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 상시 개방 전시되어 방문자들을 맞이하며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상차림이 되어 있었다. 

좀 더 블록버스터형 전시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제주도의 아르코뮤지엄을 찾는다. 유렵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가 거대한 벙커의 전면부를 압도하도록 전개된 전시는 그간 출판된 도판이나 영상에서 희미하게 보였던 그림의 속살을 가감없이 드러내 준다. 그림 속으로 관객이 들어가서 혼연일체가 되는 장면이나 내가 그린 스케치가 예쁜 그림으로 각색되어 또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이런 경험은 과거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현한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러한 기술이 갤러리에서만 가능하거나 큐브의 공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던 것이 얼마나 미숙한 생각이었는지를 요즘 진행되고 있는 각종의 행사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최근 있었던 광주 충장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를 지향하는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축제 이름을 “광주 충장 월드 페스티벌”로 개명했으며 메인 주제를 “나의 추억은 한편의 영화다”라고 상제하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퍼레이드를 각 동별로 영화속의 명장면을 꾸미고 다듬어 성황리에 가장 행렬을 마련했다. 거기에 700대의 드론이 펼치는 쇼는 8분여 동안 영화 스타워즈의 명장면을 드론이 연출하는 장관을 관람객들에게 선물했다. 광주시에서 초대했다는 이 드론쇼는 광주에서 3일 동안 3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그중 충장축제의 개막일과 폐막일 두차례 진행되어 축제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기여도를 증진했다. 

더불어 광주시의 지원으로 올해 처음 개최된 버스커스 월드컵이란 행사는 예산이 10억이었는데 세계 각지의 거리 공연자들이 모여서 광주를 제 안집처럼 누비며 시민과 공유하는 공연마당을 근 1주일여 동안 전개했다. 재원이 뒷받쳐 주지 못했다면 이룰 수 없는 이벤트이겠지만 한편으로 이런 상상을 현실화 시켜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의 배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가 20여년 동안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건물 하나에 매몰되어 있는 한계를 단숨에 넘어버린 일인지라 지역의 명망가들은 충장축제의 리뉴얼에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장소를 옮겨 고창의 죽림리 고인돌유적지를 갔더니 그곳에서도 미디어 아트가 야간조명 설치물과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모든 대지가 잠들어 있는 저녁 250여기의 고인돌유적을 안내하는 조명과 주요 거점마다 쏘아지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고뇌가 점철된 미디어 아트는 선사의 인류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성큼 함께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발달된 기술이 기술과 과학 그 자체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으로 성큼 다가옴을 확연하게 드러내주는 현장임을 실감했다.

이런 나와 마찬가지로 이곳저곳을 찾는 방문자들의 감탄사와 박수가 끊이지 않는 현장을 보며 이제 축제는 지역이 갖춰진 원재료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과 재원이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직감하는 고민스러운 탐방이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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