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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58)/시간과 세월에 관한 명상한강희 칼럼위원(전남도립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시간의 정체는 무엇인가. 기쁘고 좋을 때는 왜 그리도 빠르게 흘러가는지 모르겠고, 난감하거나 슬플 때는 그리도 더디게 우두커니 버티고 있는 게 시간의 물리적 속성이다. 

삶이 마주하는 모든 국면인 생로병사에서 우리는 시간의 도저한 양극단적 속성에서 벗어나기란 어렵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길더라도 잠깐인 순간의 시간’도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속울음을 달래는 ‘짧지만 긴 시간’도 있다. 이처럼 시간은 막무가내이자 속수무책인 물리적 대상이자 물리적 작용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계절이라는 시간을 두고 ‘깐깐 5월, 미끈 6월,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는 조상님들의 지혜와 슬기가 오롯 담겨 있다. 양력 기준으로 깐깐 5월에는 아직 춘궁기(春窮期)를 벗어나지 못한 보릿고개의 어려움이, 미끈 6월에는 가장 푸르른 계절로 씨를 뿌리며 수확을 꿈꾸다 보면 미끄러지듯 흐르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다.

7월의 절기에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가 있거니와 장마에 폭우, 극심한 더위가 겹쳐진다. 그래서인지 어정대다 보면 금세 지나간다. 8월 속에는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가 있다. 늦더위가 있긴 하지만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진다. 그럭저럭 건들건들 9월로 달력을 넘기며 백로(白露)를 기다린다. 한로(寒露)와 상강(霜降)도 이미 지난지 오래, 이제 입동(立冬)을 지나 본격적인 겨울의 초입인 소설(小雪)에 이르고 있다. 이슬이 서리로, 서리가 눈발로 변하는 차가운 날씨로 일교차가 극심한 요즘이다.

더디듯 빠른, 빠르기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시간 단위를 지칭하는 용어도 부지기수다. 우리는 밤과 낮 사이를 여명(黎明)이라 하고, 오전과 정오 사이를 아점, 정오와 저녁 사이를 점녁이라 작명하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낮과 밤 사이의 어둑어둑한 땅거미 지는 어스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명명했다.

이 두 종류의 짐승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이라는 뜻일 게다. 인디언들은 여름철이 가을날로 변하는 언저리를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고 명명하였다. 이는 급속한 시간의 변전을 맞아 삶을 여유롭게 지탱하려는 지혜이고, 한편으로 유한한 삶 속에서 세월의 덧없음을 표현한 말들이라 유추할 수 있다. 

주역(周易)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뭇 생명체가 공간과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하늘의 섭리대로 좇아야 순리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논리가 담긴 책이다. 사위 사방을 나타내는 ‘두루 주’자와 시간의 변동을 나타내는 ‘바꿀 역’자를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흔히 계절의 단경기(端境期)에 많은 노인들이 이승과 하직을 고하는 이유도 천리인 기의 변화에 고단한 육체가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즉 뭇 생명체는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조화롭게 적응하면 최적의 삶을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다. 
 
신새벽이, 월요일이, 한 달의 처음이, 계절의 초입이, 새 학기는 늘 분주하고 고달프다. 거기서 마주하는 공간 역시 낯설고 힘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원활히 걷어낼 무렵이면 뿌듯한 보람이 기다린다. 여름날의 천둥과 번개, 폭풍우, 뙤약볕이 있었기에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가을날의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자연에서는 섭리가 무너지는 ‘덩더꿍이 소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 속담에 ‘시간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Time and tide wait for no man)가 있고,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陶淵明)도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인생은 뿌리 없이 떠다니는 것 / 밭두렁의 먼지처럼 표연한 것 / 바람 따라 흩어져 구르는 / 인간은 원래 무상한 몸 / 땅에 태어난 모두가 형제이니 / 어찌 반드시 골육만이 육친인가 / 기쁨 얻거든 마땅히 즐겨야 하며 / (말 술 이웃과 함께 모여 마셔라) /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 / 하루에 아침은 두 번 맞이하지 못한다[一日難再晨] /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及時當勉勵]”

이처럼 시간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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