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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59)/카이로스, 공직자의 시간한강희 칼럼위원(전남도립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누구나 시간은 돈이요, 황금이다. 
집단과 조직을 선도하는 공직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분히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시간에 관한 다음과 같은 철학적 구분법은 공직자라면 충분히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두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크로노스(Chron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초신(太初神) 중의 하나로 ‘일반적인 의미의 시간'이다. 가만히 있어도 ‘단순히 흘러가는 자연적·물리적 시간'으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등과 같은 시간 말이다.

반면 ‘카이로스(Kairos)’는 그리스 제우스(zeus)신의 아들로, 기회의 신(神)이라 할 수 있다. 카이로스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이며 논리적인 시간'이다. 즉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다.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사람들에게 각각 다르게 받아들이는 주관적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나이만 먹는' 시간이지만, 카이로스는 시간의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진취적인 시간’이다. 

이미 지나간 기억의 시간을 두고 프랑스 사람들은 데자뷔(旣視感, deja vu)와 자메뷔(未視感, jamais vu)로 구분한다. ‘데자뷔’란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이상한 느낌의 시간’을 말하고, 자메뷔(미시감, jamais vu)란 ‘익숙한 것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는 느낌의 시간’을 말한다. 
이즈음 대통령 선거 국면을 거치면서 익숙해진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대통령 당선 이후 자메뷔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대다수 국민들이 기존 정권의 데자뷔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기존 정권의 매너리즘을 판박이로 답습하여 암울한 자메뷔로 실감되는 까닭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설적 아포리즘으로 군림하는 친숙한 광고 문구를 경청할 만하다. 

오늘의 공직자나 위정자라면 “1년 밖에 안됐는데도 10년 된 듯 한 편안함, 10년이나 됐는 데도 1년밖에 안 된 듯한 참신함―”을 지니고 주민과 국민에 다가가도록 분투정진 해야 한다. 대통령 5년, 자치 단체장 4년, 국회의원 4년, 자치단체 위원 4년, 임명직 기관장 3년은 자연인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신의 위세 세우기에 급급하고 시간만 떼우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작금의 민생경제 활력을 도모하는 데 솔선수범하고, 포스트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한 삶을 지속가능하게 독려하고, 자기보호적 내셔널리즘이라는 엄혹한 국제외교 역학관계에서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분초를 치열하게 감당해 나가는 실사구시의 시간으로 운용해야 한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이미 주돈이가 권학문을 통해 설파하지 않았던가.“연못가에 봄풀이 꿈을 꾸기도 전에, 이미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 지는 소리가 가을을 알리는(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것처럼 시간은 재빨리 흘러간다. 

시간은 각각의 속도, 위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현대물리학이 밝혀낸 비밀이라고 한다. 즉 엔트로피가 커지는 쪽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시간, 네가 느끼는 시간,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고, 우주 고도에서 느끼는 시간,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알피니스트의 시간, 생활 속 자연인의 시간, 위정자로서 공직자의 시간이 제각각 다르게 운용될 수 있다.  

바라건대 ,국민에게 위탁받은 공직자의 시간은 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카이로스의 세월이 되어야 마땅하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내 삶의 주체로서 내 인생 여정(旅程)에서 나만의 가치를 발굴하고 선양하기 위해서는 어떤 루틴이 바람직할까. 루즈한 크로노스의 시간보다는 타이트한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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