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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60)/문화도시로 가는 험로를 보면서전고필 위원(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문화도시 현장 실사가 끝나고 모두 홀가분한 기분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담양문화도시추진단은 생활문화와 관련하여 아직 마치지 못한 일들에 분주했지만 그럼에도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담양에서 일하면서도 딱히 힘을 넣어주지 못하지만 그나마 말술학교의 운영은 추진단과 상의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 했다.

벌써 22번째로 이어지며 선배경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주고받는 자리로 마련되었기에 문화도시 추진과정에 조그만 보탬이 되는 자리다. 추진단의 예산지원이나 인력 지원 같은 것은 하나도 의존하지 않는다.
홍보와 그 강좌에 걸맞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에 함께할 따름이다. 시원스럽게 문화도시의 일에 나서서 돕고 싶지만 과거 문화도시 심의위원을 했기 때문에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지역문화의 일에 매달려온 내게 문화도시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 대부분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시점이 2026년이다. 이미 다양한 사업이 지방정부로 내려와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내려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예술인, 문화관련 종사자와 활동가, 문화단체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지내야 하는 처지다. 모든 게 행정대 행정으로 이뤄진다.

사무이양과 기능전환의 방식으로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일들은 의회와 협의없이 진행되는 일방적인 사무이양 사업이 있고, 의회와의 협의 절차를 거쳐 그 형식과 내용을 결정하여 진행하는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거기에 지역예술인과 문화관련단체 및 개인이 관여하려고 지역문화진흥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조직이다. 

문화도시는 사실 문화자치를 위한 선례를 가진 도시를 만들고 확장하자는 의미를 함께 지닌 상징과 같은 도시다. 유렵의 문화도시나 광주의 문화중심도시라는 속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을 끈기있게 외쳤던 문화계의 선배들은 지역민이 생성해온 정체성에 근거하여 한 도시의 미래를 구축해가는 방식이 문화도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진행하는 이들도 모두 지역주민이이야 한다고 여겼다. 문화민주주의의 실천을 통해 문화자치를 꿈꾸어 왔던 것이고 그 실천의 접점이 문화도시인 것이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었다. 문화도시 사업을 문화부의 지역문화과가 이끌어 나가면서 묘하게 스텝이 엉키어 버렸다. 정부의 정책기조와 부응하는 지역의 반응이 필요한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이 현장으로부터 끊임없이 발신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은 지역만의 길을 가려다 다시 한번 정부를 돌아보며 엉거주춤하거나 확실히 거기에 편승해야 할 처지로 몰린 것이다. 

그래서 담양 문화도시 사업의 추진은 어땠나 복기해본다. 
민선 8기로 옮기면서 행정이나 추진단에는 큰 변화없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시행했다. 여기서 지뢰밭 하나가 생긴다. 군수께서 의지는 가졌고 응원은 했지만, 보다 더 큰 힘을 실어주는데 미흡한 점이다. 문화도시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행정의 협의구조다. 환경에서 도시재생에서, 복지에서, 도로와 건설에서 관광에서 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부서에서 문화와 관련한 일에 연계성을 가지고 함께 가야하는데 솔직히 각자도생이다.

일들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부서간 칸막이는 여전히 넘사벽이고, 이를 통합할 조짐이 별로 없어 보인다. 담양의 미래비전이 암담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태와 인문도시 사업에서 얻은 낙과를 너무 오래 되새김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가령, 비워진 다미담예술구는 무엇으로 채울것인지 오로지 수장의 결심으로 두지 말고 행정과 선주민과 이주민과 이주를 열망하는 이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해가며 해법을 찾아보자. 

이런 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면서 문화도시에 명함을 내미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담빛예술창고와 해동문화예술촌이 구축해온 지역 대표 브랜드는 어떻게 지속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대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오늘날 생태인문도시 담양이 존재하는 바탕에는 든든한 관방제림과 군민의 힘으로 지킨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죽녹원이 생태축을 담당했고, 담빛예술창고가 최형식 전 군수의 지지속에 장현우 관장의 전문성과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를 온통 불살랐기 때문이다. 이를 배경으로 다양한 미술적 시도는 담양의 인문적 가치를 미학적으로 드높였음에 있다고 보여진다. 

예비도시에 한번 낙방한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두 번 낙방해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아버리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의 활동가를 존중해주어야 하고, 외부의 조력자를 환대해야 하며, 무엇보다 담양문화재단의 위상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비상근의 제도를 없애고 진력 투구하게 하고, 불안정한 지위를 안정화시키며,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만큼 급여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담양에서 문화로 일하는 사람은 늘 존중받는다는 것이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질 만큼 문화재단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며, 군정의 소속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소속이라는 특별한 사명감을 부여해야 한다. 지역예술계도 이에 부응하여 새로운 활동역량을 꽃피우는 것이 타당하다. 

문화재단의 소속이면서 테스크포스처럼 움직이는 문화도시추진단도 이런 변화의 동력에 부응하며 재단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과 행정의 힘이 도달하지 않는 곳에서 문화로 소통하고 연관되는 일들을 엮어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들린 듯한 불광불급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담양군의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혹여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는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요소는 없는지,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등을 엄중하게 살피고 돌다리를 놓는데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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