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어느 날, 중국 레지던시 작품활동 직후에 국제 기반의 미술가를 꿈꾸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작품제작을 멈추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신만의 작품을 하기 위해 큰 규모의 작업실을 구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담양읍에 작업실로 사용할만한 창고가 많으니 잘 알아 보라”는 주변의 귀띔에 조사를 시작하고 옛 곡창지대였던 담양의 수매제도 시절 창고가 남아있어 그중 몇은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임대료와 내부 시설비용 등 만만치 않은 금액부담과 사용 승락까지 쉽지 않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예전부터 준비했던 예술가 집단 시설과 예술촌에 대한 기획서를 약간 손보고 기획서를 담양군수 메일에 보냈습니다. 당시 누군지도 몰라 비서실에 문의하여 군수님 이름과 메일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일을 보낸 시간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는데 다음날 정확하게 8시간만인 오전 7시경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 담양군수입니다!” 깜짝 놀라 정신을 가다듬고 벌써 메일을 확인하셨느냐 질문하니 새벽에 일어나자 바로 확인하였고 군수실에서 미팅을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안서 내용은 담양 관내에 있는 창고를 모두 군에서 매입하여 문화공간, 미술관, 레지던시 등을 만들자는 것으로 광주와 더불어 시각예술을 특화하여 국제적 아트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광과 융합된 산업으로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군수실 미팅 시에 관내 창고는 일부 외에 개인 사유지로 매입이 어려우니 남송창고를 우선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바로 앞 주차장 부지에 창고를 여러 동 새로 지어서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 일을 위해 담양으로 이주하여 문화예술 전반 활동을 해주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기거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담양에 집을 살 수 있는 상황도, 임대도 힘들다 말씀드리니 옛 군수 관사가 현재 이용자를 찾는 공모를 한 상태이니 응모하여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난 그길로 공모에 접수하고 주소지를 이전하여 담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예술가로서 영역을 확장한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하였고 당시 담양에 작업실도 마련하고 아예 아이 키우며 계속 담양을 기반으로 예술활동을 하며 산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일을 계기로 작업보다 기획과 예술경영으로 더 치중하게 되었고 지자체발전과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 후 9년 6개월, 담양의 생활을 정리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 봅니다. 수많은 관심과 응원뿐 아니라 질타와 시기 질투, 지역 이기심들이 난무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어렵게 만든 상황들과 시선들에도 현재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시원섭섭하기도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마찬가지이지만 지방분권이 시작되고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 카르텔의 관행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직 행정, 업자, 지역민이 모두 자신의 지역에서 발전을 가로막는 이런 잘못된 관행에 의해 공적 자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 카르텔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은 지역에 살기 위해 왔더라도 외부인이라 배척받고 계속 공격당하게 됩니다.

갑질은 돈을 주는 사람이 할 수 있기에 특히 예산으로 압박하며 자신들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한 절대 요청한 대로 예산을 배정할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나마 최소한 ‘팔길이 원칙’을 고수하려는 지자체장의 리더십과 의지로 최소한의 활동을 보장받으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지만 행정에서의 관행은 모두 알다시피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갑질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 말고도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과 성원, 관심 속에 개인적인 성장과 공부를 하며 너무 많은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모든 기획 전시에 저를 믿고 참여해주신 예술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자주 뵙고 고언을 청하며 함께 하겠습니다. 마땅한 처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같이 노력해주신 스텝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처음 행정을 접해 부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걱정하며 도움말 주시고 염려해주시며 이끌어주신 공직자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3,5,6,7기 4선의 지자체장으로서 전국적 성과를 통해 담양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문화예술 관광 정책을 기조로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하신 최형식 군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뢰를 통한 '팔길이 원칙'을 보여주셨고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리더십을 배웠습니다.
그 외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큰 절 올립니다.
사는 동안 더 공부하고 열심히 여러분께 신세를 갚아 나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재밌는 판을 고민하고 계획하며 인사 드리겠습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신년에도 행복과 건강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22년 연말 담빛예술창고 관장 장현우 배상)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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