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초 국가문화재 ‘사적(史蹟)’ 지정돼

▲마을전경

며칠 전 담양뉴스 신문에서 대전면 응용리(應龍里)와 태목리(台木里) 유적지 기사를 보고 취재하려고 마음먹었다. 

먼저 태목리 마을을 가야 했다. 그러나 영하 4도의 기온으로 두껍게 덮인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길을 나서기가 염려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유적지가 소재한 마을이라 궁금해서 눈이 두껍게 덮여 있거나 녹은 눈이 얼어서 빙판으로 변한 도로 25km 거리를 달려 찾아갔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아직 오염되지 않은 눈 덕분에 사방이 하얗게 변해 낭만적이기도 했다. 

▲마을회관

태목리 ‘태암마을’ 임한직 이장님은 마을 상중으로 빠듯한 일정 속에 시간을 할애해주셨다. 날씨가 추워서 마을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슈퍼에서 2007년부터 10여 년 위원장을 역임하고 3년 전부터 이장을 맡고 있는 이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규모의 슈퍼에 쌀국수·과자·코코넛 음료 등의 외국식품들이 눈에 들어와서 사장님께 여쭈니 마을에 사는 다섯 분 정도의 다문화 이주민과 주변에 사는 이주민들이 이용한다고 했다.

현장이 궁금해 밖으로 나갔다. 고창·담양고속도로 건설 시 가깝고 편리한 진출입로를 없애버려서 다시 만들었다는 이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진출입박스를 지나면서 흔하고도 흔한 사각형 통로인데 이장님과 마을주민들이 고생했음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워 다시한번 더 보게 되었다. 

▲마한 유적지 안내판

▲태암그린공원(응용리와 태목리유적지 전시관)

그다음 도착한 곳은 응용리와 태목리 유적지였다. 
이 유적지는 2003년 고창·담양 간 고속도로 건설 당시 발견되었다. 그 후 ‘호남문화재연구원’을 시작으로 5차례의 시·발굴조사를 시행해 해당 문화재 구역 내에서 약 1,500기의 유구가 확인되었다. 이 유적은 삼국시대 한반도 중서부·서남부 지역의 토착세력 ‘마한’이 2~5세기 영산강 변에 조성한 대규모 취락지로 당시의 마을 구조· 규모·시기별 변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그래서 문화재청도 12월 2일 자로 「담양 응용리와 태목리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史蹟)’으로 지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이로써 전라남도의 마한 관련 사적지는 나주 복암리 고분군, 나주 반남 고분군, 나주 오량동 요지, 해남 군곡리 패총과 함께 총 5개가 되었다.

▲담양하천습지 안내판

유적지에서 바로 ‘담양하천습지’가 보였다. 
‘담양하천습지’는 영산강 본류에 형성된 우리나라 하천습지 중 최초로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비교적 자연하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둔치에 대규모 대나무 군락지가 분포하고 하천습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목본류 식생이 밀생하는 등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인 수달·삵·매·큰기러기·흰목물떼새·구렁이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환경부에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출처: 환경부) 
또, 이곳에는 영산강 8경인 ‘담양대나무숲’이 있어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탐방안내소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양한 생물군을 볼 수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더 좋겠다. 

▲태암그린공원(눈사람 만드는 가족)

마지막으로 ‘태암 그린공원’에 갔다. 
이곳은 고창·담양고속도로 건설 시 발견된 유적지와 1톤짜리 입석 1개, 4톤과 8톤의 좌석(坐石) 2개를 이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본을 뜬 사적지 터, 잔디 깔린 운동장, 여름에 아이들이 떠날 줄을 모를 정도로 인기 있는 70평 규모의 냇물을 이용한 수영장, 기타와 드럼실, 노래방기기실, 취사실, 조류체험장(병아리·공작·원앙·토끼·꿩 등의 동물이 있다)을 비롯 놀이터·축구·배구·농구·게이트볼장 등 체육시설도 갖춰져 있다. 하루는 족히 놀다 갈 수 있을 만한 설비다. 

수북이 내린 눈이 잔디 위에 그대로 쌓여 있었는데 두 가족이 보였다. 그중 한 가족은 자녀와 와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가족 중 한 분에게 태암마을에 사는지 물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도시에 있는 집을 사고팔면서 잠시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부모님 댁에 일시적으로 머물기 위해 태암마을에 왔다가 시골 생활이 좋아 2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가씨 두 명이 플라스틱 조형 틀로 눈을 여러 가지 모형으로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시골에 살게 되었는지 묻자 부모님의 권유라고 했다. 이 공원은 마을 수익사업으로 유료로 빌려준다. 공원에 과실수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빨간 꾸지뽕 열매가 꽃처럼 아름답게 달려있어 가까이 가보니 열매도 크고 온전하게 달려있었다. 따서 먹어보니 달콤하면서 약간 얼어있어 아이스크림 같았다. 이장님의 허락으로 한 줌 따왔는데 맛이 좋다.

마을에 마한 유적지, 영산강 하천습지, 그린공원이 있으니 마을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좋은지 이장님께 물었다. 그런데 정반대의 답이 돌아왔다. 문화재 보호구역 사방 500미터는 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크다고 했다. 하천습지는 새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다 보니 유기농 벼농사에서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우렁이를 논에 넣어 두면 백로가 며칠 내로 다 잡아 먹어버려 피해가 크다고 한다. 벼꽃이 필 즈음에는 새들이 논에 둥지를 틀어서 피해가 다시 발생한다. 또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주민들의 가옥 침수피해가 컸다고 한다. 습지 중간에 쌓인 퇴적토 수초와 쓰레기가 쌓여 하천물이 범람하기 때문인데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이장님은 강조했다. 추위 속에 긴 시간 도움 주신 이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가족과 함께 담양 하천습지를 다시 찾고 싶어졌다./ 양홍숙 전문기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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