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으로 온 세상이 설원이다. 

몇 년만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더구나 한 해가 저물기 전 12월에 내리기는 정말 너무나 오랜만인 듯 하다.

이렇게나 많은 눈이 내리면 거동이 불편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반가운 이유는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광주전남의 저수지 수위를 높혀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개인의 물 사용량 20%를 줄이면 모두의 물을 아낄 수 있다는 안내문, 홍보물들이 거리를 메꾸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수지의 저수율이 나의 삶과 직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모든 일이 나에게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게 되면 위기감은 나의 감각을 확 깨우게 한다. 
눈이 쏟아지는 동지날, 홍암마을에서는 기억박물관 오픈식이 열렸다. 

체험휴양마을인 홍암마을은 체험을 오는 이들에게 농사와 지역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기 위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그동안 모아왔으며, 그러한 기구들을 농업관이라는 이름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홍암마을 주민들이 농업관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홍암마을의 농업관이 문화도시의 기록박물관과 만난 것이다. 

근 한달 간의 활동을 마무리 짓고 지난 11월에는 현장평가 장소로, 12월 동짓날에는 주민들의 삶의 축적장소로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주민들의 옛 사진을 수집하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주민들이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던 것이 사실이다. 

‘앞바우뒷바우네 전시관’이란 공간으로 오픈하는 날 모든 주민들이 모였다. 처음으로 방문하신 분들도 계셨기에 자신의 옛사진을 보며 놀라워하시는 모습들, 농기구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며 상념에 잠기신 어르신 등 모든 주민이 그날은 하나가 되어 홍암마을을 생각하고 계신 듯 했다. 지난 시간의 활동들이 나와는 무관하게 다가왔다면 전시관, 즉 기억박물관의 모습은 주민들에게 ‘내 삶의 공간’으로 확 다가오는 순간이다. 

매 순간들이 그렇다. 
삶의 흔적 가운데 내 것이 아닌 것이 없는데, 우리는 현재의 내 모습만 보면서 다른 것과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다. 말라가는 저수지가 나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 
어쩜 문화도시의 탈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화도시는 추진하는 이들이 하는 것이고, 사업 잘 진행하고 나에게 혜택이 돌아오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탈락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2년여간의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듯 하지만 되돌아보면 더 가열차게 주민을 만나고 행정을 설득하고, 예술인들과 손잡고, 중간지원조직과 협업하는 과정이 연관문화도시로 연관되어야 했음을 상기시긴다. 민관협치를 부르짖지만 말 뿐이었고, 협업을 외쳤지만 구호에 그쳤던 지난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상호 간 작동 원리를 구현해내지 않으면 문화도시는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문화도시는 그 무엇보다도 상호 간의 관계 형성, 협력구조, 상생의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문화도시의 탈락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임을 인지하고 모두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야 한다. 각자의 역할에 대한 재진단이 필요하다.

자가진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논의를 통해 드러내고 점검해야 한다. 그리해야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추진했던 담양예술야시장의 <월:담> 이라는 타이틀은 영역과 경계를 뛰어넘고 담양을 넘어서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타이틀 하나에도 의미가 부여되듯이 담양의 모든 시민들, 행정, 기관들이 연관의 의미를 새겨 문화도시에 대한 세포들이 새겨지길 바란다. 

올 한해도 많은 분들이 문화도시에 연관되고 주체적인 활동으로 문화도시가 힘을 얻고 나아갈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 한 가득이다. 

2023년 연관문화도시는 시민분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희망을 담아 연관문화도시가 확고하게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할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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