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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과이불개(過而不改)로 평가된 한 해를 보내며박환수(본지 칼럼위원)

어린 시절 눈이 발목까지 빠진 길을 지나 교회에 갔던 기억이 최근 다시 떠올랐다. 
지겹도록 낮밤을 가리지 않고 눈이 내렸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지붕에서 흘러내린 눈까지 더해 비닐하우스는 절반이 덮여 버렸다.

군청은 쌓인 눈을 쓸어내리라는 문자를 보내는데 현실을 아는 것일까. 여기에 영하 10도에 이르는 강추위에 돌아가신지 십 수 년이 지난 어머니 생각까지 나게 했다. 간간히 찾아뵈면 추운 방안에서 보일러 기름을 아끼려고 실내온도가 아닌 타이머 작동으로 맞춰 짧은 시간 난방을 하고 계셨다. 매달 부쳐드리는 용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 기름 아끼지 말라 해도 어머니는 그렇게 짜게 세상을 살다 가셨다. 

그때야 우리 모두 그렇게 절약정신이 몸에 배는 삶을 살았지만 잘사는 지금도 전기 난방을 하자니 겁나고 기름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야 느끼기 어렵겠지만 기름 값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년에는 불가피하게 전기료 인상이 폭탄 급이라고 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치는 국정조사를 한다, 당규를 바꾼다, 검찰독재다, 그들만이 누리는 특권 속에서 말싸움만 하고 있지 한파에 떨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은 저 멀리 관심 속에서 멀어진 듯 느껴진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를 사자성어로 정리한다. 
금년 한 해를 교수들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로 평가했다. 이 말은 공자가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던 글에서 유래한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교수들의 생각도 그만큼 우리 정치나 사회 전반에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그렇게 처신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수많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을 보이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하나 과오를 감추거나 자신이 저질러 놓고도 뻔뻔하게 모른 채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범죄수사를 탄압으로 규탄하고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는 관종(關種)에 빠진 자들의 말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믿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조간신문 TOP에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고 하이닉스 역시 1.5조의 적자가 날 것이라는 기사가 떴다. 반도체는 우리 산업에서 쌀과 같은 주식으로 우리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분야다. 세계 각 나라들은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모아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정부도 반도체 지원법으로 도와주려고 하지만 정치는 이런저런 말뿐이다. 이러니 누가 투자하고 싶겠는가.

흑자 공공기관인 한전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급격하게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불가피하게 전기료 인상과 함께 늘어나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법을 개정해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거부했다. 과연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전기료를 엄청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밝힐 수 없는 속내가 있었던 것일까.  
잘못을 알고도 고치려하지 않고 더 나아가 감추고 그 책임을 교묘하게 남에게 덮어씌우는 기술이 정치라고 포장하는 그들에게 언제까지 나라를 맡겨야 할까. 이제 우리는 그들에게서 빠져 나와 현실을 하루빨리 자각하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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