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를 도와 당선시킨 제자가 있다.

그는 선거 후 그 지자체에 이른바 ‘어쩌다 공무원’, 즉 ‘어공’으로 취직해 몇 개월째 근무중이다. 그가 신년 초 저녁이나 하자며 연락해 와 만났다.

식사 후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어공 생활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첫 대답은 “실망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 역시 수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터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직접 들어가서 본 공무원들의 업무태도와 생각 등은 너무 실망스럽고 안타깝더라는 것이 대답의 요지였다. 실망스럽다는 공무원에는 ‘늘공(늘 공무원)’은 물론이려니와 ‘어공’도 포함되고 실망의 강도는 매우 커 절망적이다고 말했다. 

절망적인 ‘공무원들’

초짜 ‘어공’이 본 공무원들이 어땠길래 그를 그렇게 절망케 했을까?

‘늘공’들은 무언가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게 부족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인 것이 가장 눈에 띈다고 했다. 공직사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늘공’들은 철저하게 칸막이 이기주의, 업무 이기주의에 스스로를 가두고 옆 부서나 팀, 바로 옆 사람의 일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철저한 무관심을 보인다. 옆 직원에게 폭탄이 떨어지거나, 옆 팀에 지진이 나도 나하고 상관없으면 된다. 어렵고 꼬인 일에 머리와 손발을 보태는 일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그들의 관심사는? 나한테 떨어진 일만 하면 되고, 나만 상사에게 혼나지 않으면 되고, 오직 관심사는 윗사람에게 잘 보여 내 승진의 길을 탄탄하게 닦는 것 외에 없다는 것. 우리가 흔히 교과서적으로 하는 말, ‘공무원은 공복(公僕)이고, 국민이나 시민의 복리증진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는 집단’이라는 건 아무리 봐도 찾기 힘들더라는 게 그 ‘어공’의 하소연이었다.

‘어공’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어공’이라는 게 보통은 ‘늘공’에게 부족한 어떤 영역, 특히 전문적인 어떤 일을 맡겨 행정의 효율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단체장 당선에 기여한 공신들이 주로 들어오는 현실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게 들어온 ‘어공’들은 일을 창의적으로 열심히 하기보다는 적당히 ‘개기면서’ 시간 때우고 위세나 떠는 경우가 상당하더라는 그의 판단이었다. 실제 각 지자체마다 이런 ‘어공’들은 다 있고 자치단체 규모가 큰 광역단체엔 굉장히 많다.

변화는 결국 단체장 몫?

‘초짜 어공’이 발견한 이런 행태가 사실은 근래에 드러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공직사회도 다 안다. 오죽했으면 ‘초짜 어공’이 “절반 이상의 공무원은 놀고 먹더라”라는 말을 했겠는가.

그냥 비껴가거나 책임회피적 표현이 아니고, 전체 공무원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맡은 바 현장에서 민원인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려고 고심하고,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많은 공무원들 중에 일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놀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공무원이 그렇게 일해야 하고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왜? 그들은 국민 아니 시민, 군민, 구민, 면민이 낸 피같은 세금을 월급으로 받아먹고 사는 말 그대로 공복이기 때문이다. 그걸 망각하면 안된다. 그런데도 많은 공무원들은 자기들 똑똑해서 그 철밥통 직장을 잡았고, 그래서 적당히 해도 누가 자르지 않고 월급나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는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직업이 아닌데 말이다.

공무원이 달라져야 한다. 제발 단체장 시킨 일만 하는 척하고, 단체장이나 상사 눈치보고 복지부동하지 말고, 밤낮 가리지 않고 개인의 승진만 고민하지 말고, 대신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가 뭐가 있을까? 예산을 아끼면서 더 좋은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혜안은 뭘까? 부터 고민하기 바란다.

결국 그렇게 만드는 것은 단체장이다. 지천만 하지 말고 그런 분위기가 되도록 조직을 바꿔보면 어떨까. 부서 따지지 않고 아이디어 내는 사람 상주고, 열심히 하는 사람만 야근하고 손해봐서 손 놓는 구조가 아닌 헌신적인 사람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새해 초입 멋진 상상을 해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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