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담양에 필요한 문화인력에 대한 생각

생태와 인문의 가치를 기점으로 한 담양의 문화 발전은 멈추지 않고 진전되어 왔다. 그 뿌리를 살펴보면 고인이 되신 이해섭 선생님이 묵혀진 역사를 드러내는 발굴자의 역할을 해 주시고, 담양문화원이 그것을 바탕으로 활용과 확산 작업을 부단하게 진전해 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현대의 어법으로 바꾸고, 시대와 만나는 핵심 축에는 담양군문화재단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 수행했다. 

담양문화재단 안에 담빛예술창고가 있고, 해동문화예술촌이 있음을 모두들 알고 있지 못하다. 각 개별적 기관으로 두 거점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바탕에는 문화재단 자체의 존재감이 미력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이며, 또 하나는 두 공간이 독립적 공간이자 감독체제로서 운영됨으로서 보여 진 운영체계에 따른 착시이다. 담양문화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보루이자 외부자들의 담양에 대한 문화적 경험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을 두 곳이 감내해왔다. 그 바탕에는 바로 감독들의 전문성과 사회적 경험이 갖는 역할이 지대했다. 

그리고 그중 한 감독은 임기를 마치고 지난 십수년간의 담양생활을 접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셨다. 이미 군내에는 이분의 행로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았다. 붙잡아야 된다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우리군이 앞길을 막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다른 생각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분이 떠나고 이제 해동문화예술촌에 감독 한분이 남아 계신데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분을 두고도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많다. 제발 중심을 잡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떠들어대는지는 입을 연 그들이 잘 알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스스로 담양으로 자임하여 오셔서 담양문화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킨 이분들의 공적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간 담양 내에서 내발적 역량을 가지고 인적 자원이나 프로그램 웨어 부분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는다면 과연 얼마를 꼽을 수 있을까?

다소 보수적이고 내부 지향적인 성격을 지닌 지역이지만 동네의 큰 일 앞에서는 스스로 위축되지 않고 역량 있고 탁월한 외부인들을 모셔 와서 함께 뒹글고 호흡하고 만들어내는데 한 힘으로 뭉쳤다. 그런 덕택에 우리는 담빛예술창고나 해동문화예술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휴공간의 문화적 재생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나 연극이나 주연은 조연이 있어야 빛난다. 
그런데 문화판에서 자주 마주하는 것은 모두가 주연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주연이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나는 곳에는 태반의 일에 시기와 비방과 욕됨이 난무하다. 타자의 성장은 허장성세로 보이고, 위선으로 보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결코 타인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무언가 절로 넘어지거나 실패하길 바라거나 혹은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것을 수순이라고 여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모질게 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들을 담양 밖에서 여러차례 경험을 했다. 설마 담양에서야 그런 일 있겠나 라고 묻는 것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역간, 장르간, 세대간, 계파간의 다름이야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한다. 나만 최고인양, 내 분야만 중요한 것인 것 마냥 내세워서는 말이 상대에게 들어가지 않는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담양은 이런 예술인들의 이야기도 따로 듣기도 하고, 모여서 함께 듣는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단이 앞서서 담양 예술인의 이야기를 듣는 마당을 아직 한번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러워야 한다. 

문화재단이 존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문화예술인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지원조직인 재단이 정책 결정을 하고 지원한다고 해서 독립적이라고 착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재단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도 바로 현장 예술인에게서 발원한다. 문화로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서 재단의 인력들은 현장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자리를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은 교육이나 연수 등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기회를 시시 때때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인재를 뽑는 자리에는 출신지역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분이 어떤 전문성과 공헌성을 가지고 지역의 가치사슬을 형성할 것인지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비단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추진단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 센터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분들이 기꺼이 담양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응시해 준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행정과 의회와 지역사회의 리더에게 부탁드린다. 
제발 일하는 분들 급여와 복지수준을 꼼꼼히 살펴 봐주라. 문화원, 문화재단, 각종 센터와 추진단의 직원들 그 쥐꼬리 같은 것 가지고 지속가능한 도시, 문화도시 담양을 만들어 가자고 말하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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