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26)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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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생강나무꽃차(황매목(黃梅木)

코끝이 찡하다. 마지막 겨울추위가 온몸을 웅크리게 한다. 이런 날은 생강나무꽃차 한잔으로 따뜻함과 건강함을 채운다. 꽃은 꽃이로되 생강향이 난다하여 생강나무꽃이라 하였던가. 단맛과 생강향이 봄의 기운을 몰고 온다.

겨울이 가기 전에 꽃을 피우고자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 봉긋이 올라오는 생강나무꽃. 그 꽃을 보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찾아 다녔다. 용구산은 다양한 식물의 서식지로 식물의 박물관과도 같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크기나 형태가 다른 수많은 종류의 꽃들.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다 같은 꽃이기에, 하나씩 수집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수집한 것들 중 하나가 생강나무꽃이다.

나무는 그 성격에 따라 가지치기 요령이 다르다. 가지치기를 해주어도 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자연 그대로 두어야 되는 나무가 있다. 보통 사람 손에 의해 재배된 나무나 식물들은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잘려지고 묶어지고 가둬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인위적인 제어에도 타고난 성격을 굽히지 않는 나무들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생강나무이다. 생강나무는 굵은 마디는 없지만 키가 높이 자라 높은 곳에서 해를 보고 산다. 가지를 꺾어 채취를 하면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고사하고 마는 나무도 있다.

생강나무는 지리산 북쪽으로 충북 내륙, 태백산맥을 끼고 위쪽 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나무다. 그러한 나무가 남쪽에 서식하고 있으니 귀하고 또 귀하다. 늘 교육을 하며 이야기하고 강조한다. 생강나무꽃이 좋은 원재료이기는 하나 재배·생산되지 않는 한 자연에서 얻을 수밖에 없고, 자연의 산물이 제 아무리 많다하여도 사람 손이 닿으면 쉽게 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생강나무꽃이 가지 째 유통되는 모습이 조금은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자원 활용도 중요하지만, 자연에서는 본래 있었던 것이 그 모습을 잃으면 그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적잖은 영향주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설령 나무가 본인 소유의 땅에 심겨져 있을지라도,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뭇가지 째 꽃을 채취하는 것은 취미나 샘플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겨울꽃은 찌거나 덖는 과정에서 시간·온도 차이에 의해 향이 다 증발해서 남아있는 향이 아쉽게 되는 경우가 많다. 봉오리보다는 살짝 개화한 꽃이 향과 단맛이 풍부하고 찻잔에 피는 모습도 예쁘다. 봉오리의 경우 생강향이 연하거나 나지 않지 때문에 개화 정도를 보고 적절한 채취시기를 맞추는 것이 좋다.

물을 끓여서 수증기에 15초씩 3회 증제 후 음건하는 것이 기본이다. 꽃의 부스러짐을 예방할 수 있고 익힘의 과정으로 부드러운 꽃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채취한 꽃의 이물을 제거하고 음건한 후에 끓는 물 위의 수증기에 뚜껑을 연 채로 꽃을 넣고 흔들면서 수증기가 통과하는 방식으로 쪄주는 것이다. 이것은 꽃의 표면만 정리하는 방법으로 겨울꽃의 경우 형태·향·맛의 보존뿐만 아니라 깨끗하게 유지·보관된다. 마실 때는 생강나무꽃 0.5g을 300ml 다관에 넣고 100℃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생강나무꽃과 혼동하기 쉬운 꽃이 산수유꽃과 털조장나무꽃이다. 개화 시기, 향기 등을 관심 있게 보면 다름이 보이고, 꽃을 구별할 수 있다. 산수유꽃은 생강나무꽃이 질 때쯤 피어나고 생강향이 없다. 털조장나무꽃의 향은 살짝 비슷할 수 있으나 생강나무와 달리 잎과 함께 꽃이 핀다. 털조장나무꽃은 무둥산의 법적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으니 참고로 알아두길 바란다.

생강나무꽃을 처음 소개하였을 때는 ‘생각나무요? 나무가 생각을 해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생강향이 난다구요’라고 알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을 하게 하는 나무’, 그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에 대해, 꽃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 생강나무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꽃차가 세상에 소개되는 데까지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10년이 넘었지만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생강나무꽃의 향과 맛은 강하게 남아, 오늘날까지 이야기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머릿속 기억으로 지금도 용흥사 들어가는 길목의 산기슭에는 생강나무꽃이 올라올 것이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겨울 전령의 향, 그곳을 향해 벽난로 장작불 앞에서 생강나무꽃차 한 잔을 하며 긴 겨울을 조용히 보내고 봄을 맞이한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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