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벗어나 타지를 다니다 보면 문득 그곳이 낳은 문학인이나 현지를 표현한 문학작품이 먼저 한 고장의 이미지를 반추할 때가 많다. 

이를테면 강진에 가면 자연스럽게 김영랑과 김현구 시인이 떠오르고, 장흥에 가면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선생님 상기된다.
다산초당에 오르다 보면 곽재구 시인의 다산초당 가는 길이라는 시가 먼저 머릿속을 지나간다. 고창의 선운사에서는 최영미 시인의 시와 서정주 시인이 스쳐간다. 장성호를 지나치면 문순태 선생님의 소설 징소리가 떠오르고, 느티나무만 보면 고재종 시인의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생각이 간절해진다.

충주호 그 넓디넓은 호수를 보면 그냥 신경림 시인의 목계나루가 다인 것 마냥 여겨질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지리산에 가려면 먼저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라는 시에 걸려서 진짜 가야 할 것인지 망설이게 한다. 그러다 막상 지리산에 가면 김지하 시인이나 이성부 시인의 싯귀를 떠올리거나 이병주 소설가의 지리산이나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연접해 진다. 

문학작품과 문학이 어느 사이에 한 고장을 규정하는 아이콘이 된 지역은 어찌보면 선망 받을 지역이다. 문림의 고장을 이야기하는 장흥이 그런 대표적인 경우다. 
과거 문장하면 “문불여 장성”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 판이 정리된 시절이 있었는데 불과 삼십년만에 그런 말이 소멸된 듯 보여지기도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홍길동의 고장 장성이 되면서 그렇게 변한 것 같아 자꾸 맘이 쓰이는 부분이다. 소설속 존재감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지지당 송흠, 하서 김인후, 망암 변이중 등으로부터 노사 기정진, 송사 기우만 등으로 이어져 오던 문림의 고장이 더 이상 호명되지 않은 것이다. 

아마 이즈음이 되었으니 다시 부활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담양은 어떤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담양의 문학은 한국 가사문학관으로 대표되는 가사문학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것이 혹여 한시를 소홀히 했는지도 톺아 보아야 할 터이고, 현대문학에서는 어떤 지점에 천착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으면 한다. 

과거 황지우 시인이 명옥헌 옆에 집을 고쳐 살고 있을 때 수많은 문학인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들에게서 나온 명옥헌에 관련된 작품이 곳곳에 산개하여 있다. 이를 엮어 보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며, 죽녹원이나 관방제림에서의 느낌을 받아 적은 작품들을 모아 보는 것도 지금 필요한 일이다.

담양 출신의 손택수 시인의 묵죽이라는 시를 보다보면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시간은 반드시 관방제림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재종 시인의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는 70년대 80년대 여느 초등학교에서나 다 그랬을 법한 찐한 추억을 선물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를 찾아오는 것일 것이다. 

담양에는 시각적 요소의 매력물이 많다. 
생태와 관련해서는 더욱 풍성하고, 이를 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곱씹어서 내면의 목소리를 가져갈 수 있는 말씀의 공간은 아직 부족하다. 즉, 기억의 저장소로서의 문학적 공간을 장소화 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어느 산이나, 어느 골짜기나, 어느 뜨락이나, 어느 귀퉁이나, 어느 고샅이나, 어느 보나, 어느 장이나 모두 간직한 터무늬에서 문장을 다듬어 빚어 놓은 문학작품을 정확이 파악해 보고 이를 군민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방문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내어 놓자는 뜻이다. 

당연히 현대 문학을 담아내는 문학관도 필요할 터이고 이도 서둘러야 할 일이지만, 지역의 문학모임이나 작가분들과 협업하여 문학의 발원지나 터전 등을 정확히 알아내고 그곳에 알림판을 설치해 보는 작업부터 시작해 보자는 말이다.

관광 목적지로서 담양이 명소 중심의 관광은 당연한 일이고, 문학작가와 그들이 일궈낸 언어의 고갱이가 어떻게 성장되고 세상에 빛을 내게 되었는지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담양 방문의 목적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울러 이것이 모여져 관광코스가 되고, 방문 동기를 유발하고, 직접 그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문장을 상기하고 또 새롭게 언어적 감성이 확장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도울 것이다.
감성을 요즘은 갬성이라고 젊은이들은 표현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세상을 강요받았던 세대들은 왜 좋은 표준어를 두고 저렇게 사용하지 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그 자체를 이들은 후졌다고 한다. 담양의 매력이 결코 후졌거나 피로하다는 말들이 나오기전에 서둘렀으면 좋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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