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문화의 확장성에 대한 생각

처음 숲해설사 과정이 개설되었을 때 생태를 문화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방법과 이를 쉽게 전달하는 분들이 없어 필자가 나설 때가 있었다. 

그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이 “자연”이란 말의 뜻이었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한자를 들여다보며 마침내 다가왔던 것이 그냥 그대로 있던 것이다.

이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이름을 붙이고 쓸모를 찾아내고, 심지어 사람 곁으로 가져오는 것까지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자연과 인간이 한 공간이나 사물의 물성을 변형한 것이다. 여기에 시간까지 가세하며 문화화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어찌보면 본질은 그대로인데 인간이라는 피조물이 자연의 것을 마음대로 조물락 거리며 자연과 인간간의 공생과 갈등이 야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양을 호명할 때 방문자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생태도시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산지지형이 70%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생태도시가 아닌 곳이 없을 터인데도 담양에는 이 말이 우선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기실 일부가 포함된 국립공원 무등산이나 도립공원인 추월산과 군계를 이루는 병풍산 같은 산들이 옹위하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관이 나서서 축조했던 조선조의 관방제림이 담양읍을 감싸고 있고, 담양과 순창을 잇는 도로에 열병식처럼 도열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있으며, 일찌감치 한반도의 대밭이란 명성을 획득한 대숲이 하나의 테마공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시각적인 요소들만이 도시의 지위를 격상해 주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숲과 나무들에 부여된 가치와 의미들이 합을 이루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다시 보고 싶은 매력물이 된 것 아닌가.

예컨대 방제림을 만들었던 성이성 부사와 황종림 부사의 선정에 관한 이야기와 영산강의 범람이 담양에서는 부를 축적하지 못한 지세라고 하는 것 사이의 관계, 이런 행주형 지형이 당간지주를 만들고 석인상을 통해 사공의 지위를 부여했다는 것과의 인과관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부를 획득한 들 인심을 잃어버리면 끝나는 것을 이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안위를 묻고 사방 근동에 굶어 죽는 이들이 없도록 곳간 문을 열었던 부자들의 선행등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포근하고 살뜰한 도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가진 것도 마찬가지이다. 
선비들에게서야 대나무의 자라나는 성정이나, 마디와 텅빈 속 등을 통해 수신의 본보기로 삼았지만 여염집에서는 죽순이나 죽신이나 가지와 줄기 모두를 일상의 생활도구로 활용하고 자재도구를 만들어 판매하여 살림의 밑천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대나무를 소설가 김훈은 단 한 문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수북의 대숲에서 느꼈던 감정을 “악기의 숲, 무기의 숲”이라고 한 것이다. 생과 사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대나무의 속성을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모든 것을 응축해서 읽는 이들이 더욱 대나무를 깊이 생각하도록 던져 주었다고 여긴다.

메타세쿼이아 또한 가로수로 식재한 것의 연유에 대해 이설이 오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의도된 식재와 그렇지 않았다는 설 사이에 설왕설래를 잠재우고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은 도로의 직선화에 대응하여 관내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담양역사에 보기 드물게 함께 모여 나무를 지켰던 일화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요소들이 담양이 생태도시로 자리잡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이러한 현상이 유독 담양에서 이뤄진 배경으로서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 소쇄원이 갖는 꽃과 나무의 의도된 조영에 담긴 의미의 연결망이 가사문학면에서 고서와 봉산을 거쳐 읍내로 냉큼 오지 못한 것이다. 

독립된 요소로서의 읍내권의 생태가치가 도드라질수록 이의 연결망을 확장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담론화 하는 구조들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 담양의 현실이다. 
거친말로 보자면 지금 담양은 불절되고 파편화되어 있어 각자도생의 지경으로 휘몰아 가는 듯 보여진다. 

경북 봉화사람 성이성이 이몽룡의 현신이었다고 밝혀지고, 칠곡군의 석담 이윤우 부사의 선정에 담양담을 쌓아 감사의 증표를 남겼다는 담양사람의 온기, 꽃과 나무에도 그 성정과 아취를 닮고자 곡진하게 길렀던 양산보의 생애담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 담양을 생태도시로 포지셔닝한 근원이었다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야 말로 생태와 문화가 별개의 것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이야기하는 바이오필리아 (Biophilia )시대의 모태이며 이런 아젠다를 선점하는 도시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방기해서는 안된다. 

아나운서 손석희는 아젠다를 셋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키핑하는 것이 중요함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지방소멸 시대 담양은 대뿌리보다 더 확장성을 가진 입술문자(구전문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터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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